'애정의 허기' 달래려 연쇄살인
결국 파멸로 치닫는 그늘진 두 여성의 사랑이야기
 
왜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남자일까. 불특정 다수를 노리며 살인 자체의 쾌감에 탐닉하는 연쇄살인범들은 노약자나 부녀자 등 주로 힘없는 대상을 희생자로 선택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어떤 애정관계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증오 없이 타인을 살해할 수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된 에일린 워노스가 첫 살인을 저지른 것은 1989년. 그녀는 다음해까지 10달동안 여섯 명의 남자를 살해했다. 그리고 체포된 그녀는 12년을 복역한 뒤 2002년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도 자신의 살인이 모두 ‘상대 남성의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녀 역시 가족들에게 버림받았었고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거리의 창녀 역을 맡은 샤롤리즈 테른에게 아카데미가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몬스터’는 우울하고 슬프며 비극적이다. 에일린은 13살 때부터 익숙하게 거리에서 창녀로 살아왔다. 그녀는 남자들의 차에 동승해서 남자들의 다양한 성적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푼돈을 받아 그것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잠자리를 해결했다. 창녀라는 직업에 이제 그녀는 넌더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녀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비 오는 밤, 그녀는 바에 들어갔다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셀비라는 여자를 만난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최초로 관심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남자인가 여자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셀비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성적 노리개가 아닌, 인간적 존엄심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셀비가 레즈비언이라도 좋다. 에일린은 이제 셀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숲 속에서 자신에게 가학적 행동을 한 남자를 살해한 첫번째 살인은 분명히 정당방위였지만 에일린은 창녀라는 직업에서 벗어나 이제 사람을 살해하고 돈을 갈취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셀비를 위해서라면 돈 몇푼을 위해서 남자들을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여섯 명의 남자를 살해한다. 모두 셀비와의 멋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생활비 때문이었다. 레즈비언 셀비는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했고 바로 그 역할을 에일린이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범죄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파멸로 치닫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녀들이 동성 관계라는 것을 제외하면 마치 사랑의 도피를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는 흔한 범죄 영화와도 비슷하다.

‘데블스 에드버킷’에서 키어누 리브스의 아름다운 아내로 등장했던 샤를리즈 테른은 12kg의 몸무게를 늘리고 입안에는 치아 보형기를 집어 넣고 주근깨와 누런 치아를 드러내며 거칠고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서 상스러운 욕을 예사로 지껄이는 창녀 에일린 역을 너무나 훌륭하게 보여준다.

패티 제킨스 감독의 ‘몬스터’는 샤를리즈 테른을 위한 영화다. 그녀는 에일린의 거친 삶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녀의 내면이 어떻게 황폐화되어갔는지, 그녀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으며 셀비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살인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뛰어나게 보여준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애초부터 그녀의 것이었다.
 
영화 평론가 · 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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