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허기' 달래려 연쇄살인 결국 파멸로 치닫는 그늘진 두 여성의 사랑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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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된 에일린 워노스가 첫 살인을 저지른 것은 1989년. 그녀는 다음해까지 10달동안 여섯 명의 남자를 살해했다. 그리고 체포된 그녀는 12년을 복역한 뒤 2002년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도 자신의 살인이 모두 ‘상대 남성의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녀 역시 가족들에게 버림받았었고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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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밤, 그녀는 바에 들어갔다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셀비라는 여자를 만난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최초로 관심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남자인가 여자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셀비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성적 노리개가 아닌, 인간적 존엄심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셀비가 레즈비언이라도 좋다. 에일린은 이제 셀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숲 속에서 자신에게 가학적 행동을 한 남자를 살해한 첫번째 살인은 분명히 정당방위였지만 에일린은 창녀라는 직업에서 벗어나 이제 사람을 살해하고 돈을 갈취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셀비를 위해서라면 돈 몇푼을 위해서 남자들을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여섯 명의 남자를 살해한다. 모두 셀비와의 멋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생활비 때문이었다. 레즈비언 셀비는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했고 바로 그 역할을 에일린이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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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에드버킷’에서 키어누 리브스의 아름다운 아내로 등장했던 샤를리즈 테른은 12kg의 몸무게를 늘리고 입안에는 치아 보형기를 집어 넣고 주근깨와 누런 치아를 드러내며 거칠고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서 상스러운 욕을 예사로 지껄이는 창녀 에일린 역을 너무나 훌륭하게 보여준다. 패티 제킨스 감독의 ‘몬스터’는 샤를리즈 테른을 위한 영화다. 그녀는 에일린의 거친 삶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녀의 내면이 어떻게 황폐화되어갔는지, 그녀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으며 셀비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살인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뛰어나게 보여준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애초부터 그녀의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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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 · 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
- 기자명 영화 평론가 · 인하
- 입력 2004.06.0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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