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 대한 단상
 
“근본적으로 무식하면 자기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얼마전 선물 받은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라는 책의 앞머리에 나오는 문구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필자에겐 아주 강한 인상을 준 문구다.

소프트웨어를 논하는 책에서 무슨 철학자의 말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작가가 말한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이나 악함은 무지가 그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때 지하철 타기를 무척 두려워했던 때가 있다. 이유는 정거장마다 객차 문이 열리며 무작위로 들어오는 인파들을 본다는 것 자체가 알 수 없는 공포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이세상은 참으로 많은 타인이 공존하며 대부분은 나와 코드가 다르다는데서 불안감을 느꼈고, 타인들의 인생의 고단함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한마디로 우울했다.

 우리는 가끔 힘든 일상에서 고개를 들고 파란 하늘을 기대하며 세상은 왜 이리도 꼬여있을까라는 반문을 한번쯤은 했을 것이다. 왜 세상은 절대 진리나 선함으로 가득차기는 커녕 하루하루 우울한 뉴스들로 가득 차 있을까.

그 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세상은 나 이외의 타인으로 가득 차 있으며 불행히도 그들 대부분이 무지 하다는 데 이유가 있다.

무지란 단순하게 지식의 부족함뿐 아니라 문화를 이해 못하는 데서도 나온다. 우리가 미국 부시 대통령을 비웃을 때, 그가 못 배워서라기 보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그의 무지로 인해 그를 조소한다.

물론 그가 칠판에 감자(Potato) 의 철자를 잘 못써서 한동안 빈정거림을 당한 그 유명한 국민학교 방문담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말이다.

자신은 잘하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해의 폭이 좁은 개인의 무지에 의해 잘못이 저질러지고 이해관계 다툼이 벌어진다. 그래서 세상은 한마디로 요지경속이 되어버린다.

 만약 사람들이 무지하지 않다면 인간의 문명은 아베마 이후 지금까지 고속 진화해서 우주에 있는 어느 별보다 더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성공이니 돈이니 이런 것들을 바라기 이전에 나의 무지함에 대해 먼저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무지와 게으름은 동격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배우는 것, 보고 듣는 것, 많이 알려고 하는 것, 모두 쉽게 얻어지는 자산이 아니다. 즉 어떤 식이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게으른 자는 이런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니 쉬운 길만 찾고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하게 되고 그들이 좋아하는 단어는 ‘행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적당히’와 같은 부류들이다.

보통 무지로 인해 생기는 비극은 개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만약 회사를 끌고 가는 사장이 무지하다면 회사가 한 순간에 파탄이 날 수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것이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간에 전쟁은 인류에게 비극을 안겨줄 뿐이라는 지식이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쓸데없는 명분과 많은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매한 자들은 큰 것을 망치고 마는 우를 범하고도 끝까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른다. 그러니 무지라는 것 자체가 비극이 아닌가.
 
이젠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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