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박사에서 '게임박사'로 변신
 
“요즘 제 마음 속에는 ‘틈새’ ‘초심’ ‘생존’ 등 세가지가 단어가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남들이 부러워하는 게임업체를 그만두고 네명의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하이브리드이엔티의 김강열 사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에 말도 잘 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는 사업가 체질이다. 그런데 그가 국내 최고의 수재들만 갈 수 있다는 서울대에서 원자력공학 박사과정까지 공부했던 학구파였다는 것을 알게되면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 공부에서 사업으로 방향 바꾸다
 
그가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벌써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 박사학위를 공부하다가 공부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에 나섰다. 당시 전자상가의 메카였던 용산에 갔다가 우연히 비디오게임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바로 이거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원금 400만원과 친지들에게 빌린돈 9000만원으로 신림동에 비디오게임방 ‘월드게임프라자’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멋 모르고 시작한 첫 사업은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번화가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사업체를 차리 것인 가장 큰 패착이었다. 권리금도 싸고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었던 반면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신의 위력을 접하게 된다. 당시에는 모뎀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랜이 급속히 보급될 것을 예측하고 남들보다 앞서 PC방을 차리게 된다. PC방은 그의 생각대로 효자가 돼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전자 탁구 게임 (나중에 그 게임이 아타리사가 개발한 '퐁'을 카피한 게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을 처음 해본 다음 ,고3때도 하루에 한 1시간 정도 제비우스를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는 게임 마니아였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게임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원 시절 선, 후배들이 연구는 제쳐 놓고 ‘삼국지2’와 ‘Dune2’ 등 그 때 당시 유행하던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고 심지어는 학업을 포기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게임에 ‘올인’한 김 사장은 카마 엔터테인먼트 뉴 미디어 사업 부장으로 승부를 걸게 된다. 이곳에서 97년부터 PS2를 수입했던 그는 짭짤한 재미를 보다가 IMF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다음에 손을 댄 것이 PC패키지 게임의 퍼블리싱이었다. 그에게 첫번째 대박을 안겨 준 게임은 ‘레인보우 6’였다.

 “기억에 남는 일들과 사건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레인보우 6'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의 PC방을 순회하고 다닐 때입니다. 그 때 당시 '레인보우 6'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게임 사업팀에서 퍼블리싱을 포기한 게임이었죠. 단지 PC통신을 통한 복제품을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는 이 게임을 보는 순간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2∼3만장은 팔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달은 몇천장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한달에 1만5000장이 판매될 정도로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다.

사업이 일취월장 하면서 그는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된다. 오너와의 갈등을 겪게 된 것. 정상에 섰을 때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이 때 알게됐다.
 
#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
 
회사를 나와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물색하며 온라인게임과 연계된 유망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아이템베이와 연결이 됐고 그는 비전을 보고 전력질주하게 된다.

“이미 국내 게임 산업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단순 개발 및 유통 사업으로는 채산성을 이룰 수 없으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속성 상 수익의 대부분이 메이저 기업 몇개에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사장은 그러나 지금의 구도도 곧 변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80∼90년대를 풍미한 수 많은 아케이드, 비디오, PC게임 업체들이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듯이 말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미래를 내다보며 잡종 또는 이종을 뜻하는 하이브리드이엔티를 창업했다. 그가 내다보는 미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한데 어우러진 이름 그대로의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10년 후를 내다보며 열심히 뛰고 있는 김 사장을 보며 하이브리드이엔티의 10년 후 모습이 어떨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 졌다.
 
PROFILE
 
1995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휴학
카마 엔터테인먼트 뉴 미디어 사업 부장
1996년 ‘월드게임프라자(비디오 게임방)’ 및 ‘디지털 시티(PC방)’ 오픈
1997년 카마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업본부장 및 KM 유통 사장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및 세가 새턴 정식 수입 유통
1998년 ‘레인보우 6’ 등 PC게임 20여종 퍼블리싱
1999년 피디스퀘어 대표이사 및 사단법인 한국게임물 유통 협회 기획 이사
1999년 ‘제1회 Korea Game Festival’ KBS와 공동 주최
2000년 이지존 총괄이사 (피디스퀘어 와 이지존 합병)
2002년 아이템베이 부사장
2004년 하이브리드 이엔티 대표이사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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