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심의공화국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리니지 2’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대로 ‘리니지’가 유해 매체물이라면 다른 게임들은 볼게 있겠는가. 이 기회에 게임업체들의 간판을 내리도록 하자."

 이같은 독설은 다름 아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죽했으면 간판까지 내리자는 말까지 들먹이겠는가. 한심하다못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정부의 육성책도 필요없으니 차라리 가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한 관계자의 하소연은 마치 절규로 다가온다.

 유해매체물 판정 근거는 ‘폭력성’과 ‘중독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니지’에 대한 폭력성은 그동안 줄곧 제기된 문제였다. 영등위에서도 폭력성의 문제점을 들어 이용 대상을 18세이용가로 제한했다.

그런데 중독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딘가 억지라는 냄새가 짙게 풍긴다. 게임에서 재미라는 중독성을 빼고 무엇을 논할 수 있는가. 마치 기둥을 세우지말고 집을 지으라는 말과 같다.

 한때 TV에서 수사물이 범람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사회 안전망이라고 자처하는 기관에서는 앞다퉈 TV에 대한 유해성을 제기하며 맹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TV가 가고 비디오 전성시대를 맞이하자 이번에는 비디오에 대한 유해성을 꼬집으며 비디오점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성인물과 청소년물의 분리 진열책은 그때 나온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범죄가 터져나오면 화살은 어김없이 비디오 업계로 모아졌다. 비디오를 통한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이건 순진한 측에 속해 보인다. 내면의 속셈이 들여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정통윤의 결정은 문화부와 정통부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정통부가 본때를 보인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설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볼모로, 그 것도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힘과 영역을 지키려 했다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정통윤의 결정으로 이중 심의가 범람하는 심의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뿐인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버젓이 수출하고 유해매체물에 대통령 상이 주어지는 이상한 나라가 돼 버렸다.

 이렇게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부처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부가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이 문제는 반듯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유사 관계법령의 통폐합과 심의잣대의 일원화도 실현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간판을 내리겠다는 업체들의 절규와 이로인한 파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도대체 뭘하자는 건가..... 
 
편집국장(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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