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배경 게임 다수 등장, 국내 유저들 의견 분분
 
최근 폐막된 E3에서는 게이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다양한 대작들이 공개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게이머들의 머리를 뜨겁게 만든 게임들이 있었으니, 바로 ‘북한을 공격’하는 내용의 것이었다. 예전에도 북한이나 한반도가 등장하는 게임은 존재했지만 이번처럼 북한을 전면으로 내세워, 침공하고 주요 인사들을 제거하는 목적을 가진 게임들은 유례가 없었다. 게다가 ‘스플린터 셀3’와 ’고스트 리콘2’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이틀로, 일단 발매되면 수 백만장은 거뜬히 팔리는 게임이다.

 이처럼 북한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늘고 있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나 중동의 독재자 등은 콘텐츠의 소재로 식상해진 면이 많고, 극심한 식량 부족과 핵 무기 개발을 담보로 한반도의 긴강을 고조시키는 북한이야말로 ‘신선한 소재’로 안정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게이머들은 이 같은 게임들에 분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우리 민족이며 남의 나라라고 전쟁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게이머들은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비록 가상이지만 이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북한군을 조준하고 사살하는 간접체험을 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머시내리스(Mercenaries)
 
루카스 아츠에서 발표한 ’머시내리스’는 북한이 등장하는 게임 중에서도 강도가 제일 세다. 놀랍게도 이 게임의 최종 목표는 혼란에 휩싸인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해 자유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근 등으로 혼란에 빠진 북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적 존재가 되고 고위층들은 핵 무기를 담보로 주변국가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느낀 주변국과 미국은 특별 대책 위원회를 조직해 외교적 수단을 강구한다. 하지만 평화적인 노력은 모두 무산되고 무정부 상태에 빠진 북한의 고위간부들과 장군들은 ‘전쟁’이라는 도박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한 특별 대책 위원회는 미국 용병과 스웨덴 국경 특수대, 영국 특수요원 등으로 구성된 부대를 창설하고 북한에 투입, 북한 주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령한다.

 게이머는 이 부대의 요원으로 등장해 북한의 주요 건물과 인사들을 파괴, 제거하는 미션을 맡게 된다. 게임은 52장의 카드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 카드의 뒷면에는 미션 목표와 제거해야할 북한 고위층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기본적으로 용병이며 돈을 벌어야 하는 부가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미션을 수행하고 성공한 돈으로 개량된 무기를 구입할 수 있으며 자신이 소지한 무기와 장비를 블랙마켓을 통해 내다 팔 수도 있다. 정식 발매는 2005년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PS2와 X박스로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머시내리스’는 이번 E3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공개된 스크린샷에는 ‘경제혁명정신’ 등 북한의 구호와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어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 톰 클랜시의 ‘고스트 리콘 2’
 
‘고스트 리콘2’도 배경이 북한이다. 도시와 중동 지역의 게릴라를 소탕하는 미션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작품은 100% 북한에서 벌이는 전투로 구성됐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비록 가상이지만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의 치밀한 구성이 그럴 듯한 분위기로 몰아간다).

최악의 기근이 북한 전역을 휩쓸자 곳곳에서 폭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군 고위층들은 정부를 설득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수 밖에 없다고 압력을 가한다.

군부에 굴복한 북한 정부는 다양한 군사 행동을 일으키는 것에 동의하고 이 사실을 안 주변국들은 대책을 강구한다. 새로운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제약을 가하기로 결정하고 북한이 수출하던 모든 무기판매 루트를 막아 버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유일한 형제국으로 믿고 있었던 중국에서 버림받은 북한은 러시아와 비밀리에 접촉, 새로운 동맹을 맺고 주변 국가에 대한 침략을 제의한다.

이 사실을 안 중국은 다양한 협상카드를 제시했으나 결국 무산,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야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북한의 핵무기에 협박까지 당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궁지에 몰린 중국은 전쟁 억지를 위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다국적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국제 연맹에 요청한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 주둔하기 시작한 다국적군. 그러나 다국적군의 실체는 미국이 중심이 된 비밀 특수부대였으며 그들은 북한으로 침투해 적대적인 군부세력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게이머는 비밀 특수부대의 한 요원으로 게임에 참여하여 일인칭 시점으로 북한군을 정면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고스트 리콘2’는 PC와 PS2, X박스, 닌텐도 게임큐브 등 모든 플랫폼으로 제작돼 2004년 말에 발매될 계획이다.
 
◇ 톰 클랜시의 ‘스플린터 셀3’
 
‘스플린터 셀3’는 ‘고스트 리콘2’와 마찬가지로 톰 클랜시 원작의 게임. 이 게임의 전작들은 총 600만장이라는 대박을 기록하고 평론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E3에서는 게임배경으로 ‘북한’과 ‘남한’을 등장시켜 세계 어느 나라의 게이머들보다 국내 유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 2008년. 북한으로부터 시작된 국가간의 비밀 정보 유출사건은 세계를 혼란과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게 된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일본이었고 일본은 전후 헌법 9개항에 의거,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명분은 ‘남한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세계를 위협하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함’이었다. 결국 한반도는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단신으로 투입되는 인물이 바로 스플린터 셀 요원 ‘샘 피셔’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더욱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특히 개발사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게임 그래픽을 선보인다는 야심이다. 또한 ‘스플린터 셀2’에서만 볼 수 있는 섬세한 기기와 장비들이 등장하는데 실존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무기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개발사는 자유로운 레벨 디자인을 제작해 하나의 미션을 여러 번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진보된 인공 지능으로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르게 대응하는 적들이 나타나게 한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 게임에 ‘북한’뿐 아니라 ‘서울’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과 서울이 동시에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한반도 배경이라면 이런 게임도 있다
 
국내 전략시뮬레이션 마니아층에서 돌고 돌았던 ‘더 오퍼레이셔날 아트 오브 워(The Operational Art Of War)’라는 게임이 있다. 이 긴 이름을 줄여 흔히 ‘TOAOW’라고 불렀는데 이 게임은 턴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를 표방한다. ‘TOAOW’는 전투와 전쟁에 대한 극 사실주의를 추구해, 게임의 배경이 된 전투는 역사적 사실 그대로 재현했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유명한 발지전투라면 그 당시 참전한 국가와 병력, 전차, 전투기, 폭격기, 물자 등을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사실성만 따진다면 여타 다른 장르의 전쟁게임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이 게임은 수많은 시리즈가 있는데 그 중에서 ‘오파트 볼륨 1’이 문제의 주인공. 이 게임의 배경이 바로 6.25였다. 이 게임은 당시 미군의 배치, 북한군의 전력, 남한의 군사력 등이 매우 상세하게 등장해 군사전문가들도 혀를 내둘렀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아 정식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으나 할 사람은 다 했다.

 육군 장교들이 ‘TOAOW’를 즐겼다면 공군 장교들은 ‘팔콘 4.0’을 플레이했다. 이 게임은 이륙부터 비행, 전투, 활공, 조종, 착륙까지 비행에 대한 모든 과정이 실제 전투기 ‘팔콘’과 다름이 없었으며 비행역학이론이 100% 적용돼 진정한 비행시뮬레이션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해외 출시후 3년이 지나고서야 정식으로 수입됐는데 그 이유가 바로 한반도를 배경으로 삼았던 탓이었다. 일부 미션에 국한되었으나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아 3년이라는 세월을 창고에서 지냈다. 인포그램즈 코리아(현 아타리 코리아)를 통해 결국 발매됐으나 패키지에 동봉된 지도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돼 게이머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래저래 말이 많았던 게임이 바로 ‘팔콘 4.0’이다.
 
김성진기자(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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