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채의 MMORPG …참을 수 없는 ‘모방의 지겨움’
 
재미인터랙티브가 개발하고 CCR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트라비아’는 최근 정액제 유료화에 돌입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게임이다. ‘정액제=퇴출’이라는 업계 안팎에 만연한 공식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사실 ‘트라비아’는 오픈 당시부터 풀 3D를 표방하는 최근 게임의 경향과 달리 쿼터뷰 시점을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픈 베타서비스에서도 2만∼3만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를 불러 모아 스포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뮤’ ‘디아블로’ 등 인기 게임의 요소를 곳곳에서 차용해 특성없는 게임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유료화 이후 유저가 크게 감소하면서 이 같은 아킬레스건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더게임스 크로스리뷰팀의 평가도 냉정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게임의 한계를 조목조목 꼬집었다.

평점 6.6, 그래픽: 6.3, 사운드: 7, 완성도: 5.6, 흥행성: 6.6, 조작감: 7.6
 
트라비아는 어떤게임??
'청출어람-짜집기' 엇갈린 평가
 
온라인게임 ‘트라비아’는 숱한 화제를 뿌린 정통 MMORPG다. 시점 변환이 자유로운 3D 온라인게임이 대세를 이루는 와중에 ‘뮤’와 같은 쿼터뷰 시점을 도입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이 게임은 ‘뮤’의 화려함과 ‘릴’의 타격감, ‘디아블로’의 아이템 방식 등 기존 인기 온라인게임 강점을 재현해 ‘청출어람’의 표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 게임을 곳곳에서 모방함으로써 차별성이 없는 게임이라는 악평도 동시에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인기 게임을 짜깁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극단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장소에 따라 다른 효과음이 나오고, 몬스터에 따라 다른 타격음이 나오는 등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 때문에 오픈 베타서비스 기간동안 온라인게임 인기 순위 4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게임개발사인 재미인터랙티브가 코스닥 등록기업 이네트와 합병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한껏 불러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피하는 정액제 유료화까지 과감하게 단행해 또 다른 이슈를 불러모았다. 하지만 유료화와 함께 이용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소홀한 업데이트에도 막무가내식으로 유료화를 밀어부친 것이 화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리막 길에 놓인 짐 마차
윤주홍 게임메카 기자 rough4719@gamemeca.com
 
세상엔 두 종류의 온라인게임이 있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볼 수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지존을 꿈꾸는 자들을 위한 지존류 게임과 온라인세상을 또 하나의 사회생활로 꾸며나가는 상부상조형 게임.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순 없는 문제지만 어쨌든 ‘트라비아’는 앞서 언급한 ‘지존류’ 게임에 최적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런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이 가장 쉽게 인식할만한 내용으로 ‘트라비아’를 평하자면 ‘뮤’ 스타일의 게임진행 방식에 ‘디아블로’의 스킬시스템을 도입한 쿼터뷰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 차용자체가 나쁘게 받아들여질 필요는 없다. ‘울티마온라인’과 ‘에버퀘스트’에서 시작된 협동형 온라인게임이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거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낳았듯 이쪽 분야처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예를 잘 따르는 분야도 없으니까.

문제는 그것이 발전적인 형태를 띠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가장 성공한 온라인, PC게임의 장점을 두루 채용하고 있기 때문인지 일단 ‘트라비아’의 첫인상은 왠지 익숙하고 친근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유료화를 단행하고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실시된 ‘트라비아’는 현재 기존의 유저들을 배려해줄만한 시스템의 부재로 또다시 노가다가 답습되고 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할 것이 없어지는 고레벨의 노령화(?) 현상은 어느 온라인게임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게임을 아우르는 특징 자체가 몬스터 사냥에 맞춰져 있는 ‘트라비아’로서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는 듯하다.

모방이 발전적인 형태로 진화하지 않고 기존 온라인게임과 다를 바 없는 스타일이면 그 게임의 운명은 내리막길에 놓인 짐마차와 다를 바가 없다.

평점 7, 그래픽: 7, 사운드: 7, 완성도: 6, 흥행성: 7, 조작감: 8,
 
낯설지 않은 게임의 한계
이광섭 월간 플레이스테이션 기자 dio@gamerz.co.kr
 
‘트라비아’는 게임성이나 작품성을 놓고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다. 최근 개발되는 온라인 게임의 경향은 자기 게임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최대한 채택하거나, 100억대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다른 게임에서 맛보기 힘들다’라는 독창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트라비아’의 경우는 약간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다.

‘트라비아’의 강점인 ‘무한 아이템 시스템’은 ‘디아블로’의 아이템 체계와 거의 같다. 그리고 쿼터뷰로 고정된 3D 시점, 레벨업에 따른 스탯 포인트 분배, 단축키, 파티 시스템의 형태 등은 ‘뮤’와 같은 게임에서 본 듯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완전한 모작(模作)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다양한 시스템을 채용하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각각의 시스템의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들을 수정해 좀 더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참신함이라는 부분을 찾기 힘든 점이 ‘트라비아’와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의 차별성이 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분명 이 작품의 강점이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임 초보자들이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익숙함을 느끼면서 쉽게 적응해나갈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어쩌면 매우 큰 강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베타 기간 동안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런 강점을 반증한다.

하지만 과연 ‘트라비아’가 이런 익숙함과 지겨움과의 경계를 언제까지 절묘하게 걸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익숙함의 기준이란 바뀌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새롭고, 특별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유료화에 돌입한 뒤 유저들이 크게 준 것은 하나의 전주곡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평점 6.4, 그래픽 6/10, 사운드 7/10, 완성도 5/10, 흥행성 7/10, 조작감 7/10
 
오픈베타 테스트 수준 '민망'
김성진 기자 harang@etnews.co.kr
 
영화판에서 흔히 사용하는 ‘오마쥬’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이 존경하는 감독들의 위대한 장면을 본 따 자신의 영화에 삽입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것은 패러디와는 다르며 대상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다. 따라서 베끼는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관객이나 평론가들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면 특정 영화를 베낀 것인지, 혹은 오마쥬를 한 것인지 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라비아’는 잘 만든 게임에 속하긴 하지만 ‘뮤’의 오마쥬가 결코 아니다. ‘뮤’가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게임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라비아’의 개발자들은 ‘리니지’를 숭배했던 많은 국내 개발자들이 걸었던 길을 똑같이 따라 가고야 말았다.

게임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점부터 그래픽과 아이템 시스템, 플레이 시스템 등 ‘뮤’의 그것과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은 편이다. 새삼스럽게 이것에 대해 거론하기도 무안하지만, 난감한 것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사항에서는 오히려 뮤보다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다. 게다가 더욱 민망한 것은, 돈을 받고 서비스하는 상용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서버가 오픈 베타 테스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유저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점이다. 유저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간’을 구입한 것이고, 그 ‘시간’내에 최대한 경험치와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접속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적어도 상용 온라인 게임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는 개발사나 유통사, 유저 등 어느 쪽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트라비아’는 허접한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훌륭한 온라인 게임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게임이 바로 ‘트라비아’다.

평점 6.6, 그래픽: 6, 사운드: 7, 완성도: 6, 흥행성: 6, 조작감: 8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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