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한계 무한 확장 '감동의 격투기'
이소룡도 날려버릴 화끈한 액션... 상투적 줄거리 '기교'로 극복
 
격투기는 연약한 인간의 신체를 총칼보다 더 무서운 무기로 만들어 간다. 우리가 격투기에 갖는 외경심은 그 속에서 인간 육체의 극한적 움직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태권도 공수도 쿵푸와 함께 세계 4대 격투기로 불리는 태국의 무에타이, 보통 킥복싱으로 알려진 태국의 이 전통무술은 다른 그 어떤 무술보다도 격렬하고 공격적이다.

태국영화 ‘옹박’은 무에타이의 세계화를 위한 영화적 시도로 보일만큼 무에타이의 아름다움이 극한까지 표현되어 있다. 옹박을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주인공 토니 자에 대해 말해야 한다. 프라차 핀캐우 감독의 감각적 영상이나 그것을 편집한 뤽 베송 감독의 솜씨도 일품이지만 토니 자는 옹박의 시작이고 끝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줄거리의 단순함이나 상투성을 가지고 시비를 걸지 말자. 옹박은 이제 새로운 액션 스타가 탄생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죽은 이소룡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해도, 이연걸 성룡이 전성기의 무예를 되찾는다고 해도, 과연 토니 자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옹박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골 청년 도시 상경기다. 도난당한 고향 마을의 수호신, 불상의 머리 부분을 되찾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농푸라두 마을, 무에타이 최고의 고수 팅(토니 자 분)은 도난당한 불상의 머리를 되찾기 위해 방콕으로 상경한다. 불상은 암흑가 갱단의 손에 있다. 팅은 같은 농푸라두 출신이지만 도박과 사기에 찌든 삶을 살고 있는 조지(페치타이 윙캄리오 분)를 만나 힘을 합쳐 불상을 되찾는다. 옹박의 매력은 이렇게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줄거리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팅의 화려한 개인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팅 역을 맡은 토니 자는 스턴트 맨의 도움 없이, 와이어 액션의 도움 없이 맨 몸으로 모든 것을 해낸다.

프라차 감독은 시장 추격신에서 스테디캠으로 질주하는 팅과 그 뒤를 쫒는 갱단의 긴박감을 유려하게 보여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실내 격투장은 음모와 사기, 배신의 공간을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립으로 시각화한다. 농촌·도시, 선·악 혹은 성·속의 이원적 대립 속에서 권선징악의 고전적 주제를 설파하고 있는 내러티브의 상투성과 단순성을 감각적 기교로 극복하고 있다.

토니 자는 17년 동안이나 무에타이를 연마했고 이 영화를 찍기 5년 전부터 촬영 준비를 했다. 토니 자의 액션이 주는 감동은 맨몸으로 대역 없이 모든 것을 직접 연기한 배우들에게서나 뿜어져 나오는 원시의 열기 때문이다. 무예인다운 체격, 매섭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안고 있는 눈빛은 그를 시각적 눈요기용의 일회적 스타로 머물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특히 팔꿈치나 무릎을 이용해 무에타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인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시간의 유한한 포로이며 연약한 인간은 항상 불멸의 초월적 삶을 꿈꾼다. 인간 육체의 한계영역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격투기 속의 놀라운 무술들은 바로 그 점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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