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 천하통일 다부진 꿈
지략 뛰어난 "야전 사령관 CEO"
 
‘네이트 돌풍’의 중심에 선 사나이.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45)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농익은 고민을 쏟아냈다. 미니홈피 바람을 일으킨 ‘싸이월드’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한껏 신이 났다. 하지만 얼마전 출사표를 던진 게임포털 ‘땅콩’ 이야기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그는 한꺼번에 두가지 전투를 치르고 있다. 커뮤니티 시장에서의 후발주자에 대한 응전, 게임 시장에서의 선발주자에 도전이 그것이다.
스스로 ‘야전 사령관’이라고 밝힌 그는 ‘싸이 바람’이 ‘땅콩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가파른 상승세에 돌입한 ‘땅콩’의 성적표는 그의 ‘윈윈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 뉴미디어 전문가로 변신

유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 전문가다. 지난 99년 미시건주립대학교 텔레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SK텔레콤에서 무선인터넷전략, 경영전략 등 핵심사업부서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굵직 굵직한 비전과 전략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통신이 아닌 인터넷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이유가 있다. 라이코스와 합병(2002년), 싸이월드 인수(2003년) 등 오늘의 네이트닷컴이 있게 한 ‘빅딜’이 그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SK텔레콤 인터넷전략본부장과 경영전략실장으로 ‘빅딜’을 진두지휘했다.

“결자해지의 심정이죠. 하지만 통신과 인터넷은 연장선상에 있어요. 텔레커뮤니케이션에는 전화와 같은 일대일 통신뿐 아니라 방송이나 인터넷과 같은 다수를 상대로 한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텔레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그는 ‘텔레콤’과 ‘미디어’의 융합(컨버전스)에 대해 항상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에 부임한 지 2개월 남짓 됐지만 달라진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듯했다.

“산업 자체의 차이점은 극명해요. 텔레콤이 지나친 정부 규제에 좌우된다면 인터넷은 그런 면에서 한결 자유로운 편이에요. 텔레콤이 막대한 투자가 성패를 좌우하는 장치산업이라면 인터넷은 아이디어와 타이밍이 승부를 가르잖아요. 요즘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어요.”

# 새로운 도전, 게임 비즈니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닷컴’은 요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음, 네이버에 이어 포털 3강의 반열에 올라섰다.
유사장은 여세를 몰아 ‘땅콩’이라는 브랜드로 게임포털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새로운 도전이에요. 하지만 옛날부터 무척 관심은 많았어요. 90년대 초반 애플이 IBM에 밀린 것도 따지고 보면 게임 때문이잖아요. 보다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IBM 컴퓨터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죠.”

‘IBM의 반란’을 지켜본 그는 게임산업의 저력을 일찌감치 예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8비트 게임기부터 플레이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각종 게임기를 모두 사준 것도 이 때문이다. 틈틈이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며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인터넷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이미 몇몇 포털업체들의 핵심 콘텐츠가 게임이잖아요. 무엇보다 수익성이 검증된 게임시장은 언젠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죠.”

# 동접 10만 고지를 넘어라

유사장은 게임포털 ‘땅콩’을 띄우기 위해 여전히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달 오픈한 ‘땅콩’은 의외로 ‘조용한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규모 물량공세만으로 사이트를 띄울 수는 없다고 봐요. 경험을 통해 이런 사례는 이미 학습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와 안정된 서비스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에요. 그러면 어느정도 유저풀도 형성돼요. 대대적인 마케팅은 그 다음부터죠.”

그는 ‘임계 질량(critial mass) 확보’가 관건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리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임계 질량’은 어떤 핵 분열성 물질이 연쇄반응을 일정 비율로 계속하는 데에 필요한 물질량이다. 한마디로 ‘땅콩’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유저풀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가 고비가 될 거에요. 내부적으로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어요. 그 때부터는 진짜 대규모 마케팅 공세가 시작될 겁니다.”
그는 지난달 오픈한 ‘땅콩’의 킬러 게임인 ‘수다맞고’가 이미 동시접속자 8000명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말까지 20여종의 게임이 서비스될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강조했다.

# 도전과 응전

“SK텔레콤에서 관리와 조정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야전 사령관이 된 셈이에요. ‘싸이월드’, ‘네이트온’, ‘땅콩’ 등 우리가 서비스하는 사이트는 하나같이 1등이 목표입니다. 각 분야별로 치열한 전투를 감수할 수밖에요.”

그는 종합 포털이 의미가 없어진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분야별로 확실한 1등 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만큼 도전과 응전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의 경우 커뮤니티 사이트 정상을 지켜야 하고, 땅콩은 정상을 향해 힘겨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싸이월드’가 정상을 지킬 수 있는 것은 후발주자들이 ‘싸이월드’를 위협할 특별한 차별화 포인트를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땅콩’이 선두주자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것을 선보여야 한다고 봐요.”
도전과 응전의 양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는 또 다른 전투를 준비중이었다.

“올 하반기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못한 획기적인 개념의 유무선 연동 검색 서비스를 선보일 거에요. 도전 분야가 게임에 이어 검색으로 확대되는 셈이죠.”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또 다른 미팅 장소로 급히 향하는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승부수는 아이디어와 타이밍이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종종 걸음치는 그에게서 ‘물을 만
난 물고기’가 떠올랐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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