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험과 코스닥 심사
 
우리는 매년 대입시험이라는 ‘홍역’을 치른다. 인생을 좌우할 기막힌 ‘통과의례’에 온나라가 떠들썩해지곤 한다.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때 무용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때문에 무용과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친구들 대부분은 자신의 적성보다는 시험결과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시절 내내 책상에 붙어있었지만 좋은 대학이 곧 성공한 삶이라는 공식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어린 나이들이었다.

그리고 단 하루만에 전국적으로 똑같이 치루는 객관식 문항의 320개 질문에 인생의 나머지 40년이 좌우 된다는 것은 거의 폭력이라고 할 만큼 융통성이 없고 무지막지 했다. 얼마나 잔인했으면 한파까지 내려 ‘입시 추위’라는 고유명사가 생겼을까.

이런 단순 무식한 절차 때문에 한국의 청소년들은 말 못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입시를 보완하기 위해 내신 반영이니, 특차니 하는 좀더 다양한 평가 방법이 고려됐지만 큰 줄기는 바꾸지 못했다. 매년 19살이 되는 아이들 모두를 평가하기에는 입시 당국이나 대학의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가의 눈을 피하고 허점을 이용해 실력이 없음에도 버젓이 원하는 대학에 가는 특권층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런 대학입시 시험과 코스닥 등록 심사가 꼭 닮았다고 생각한다. 두 경우 모두 심사를 받는 당사자들은 긴장하게 되어 있다.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평가 당하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이고, 또한 운 나쁘면 지난 날들의 수고와 노력이 재수, 재심과 같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감한 사람들은 긴장 때문에 시험을 망치기도 한다. 심사기준도 매번 바뀌어 입시 선생들과 등록 주관사는 ‘백발백중’이라는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가이드라인이 생사람을 잡기도 한다.

 왜냐하면 실력이 없더라도 이것만 달달 외우고 시험 통과만 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수학과를 갈 학생이 수식과 같은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역사, 윤리과목 문제를 달달 외우는 놀라운 암기력으로 수학과에 합격한다면 그 학생의 미래와 국가에 무슨 이득이겠는가. 선생이나 고등학교는 합격자 배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더 고귀한 고등학교 존재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심사도 다를 것이 없다. 회사가 성장하다 보면 나름대로 특이한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심사기준은 입시시험의 문답과 다를 바 없다. 미리 정해놓은 몇 가지 심사기준에 걸리지만 않으면 회사가 성장능력이나 미래 비전이 없어도 통과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어도 탈락시킬 기준이 없어 코스닥에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도를 잘 알면서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입시 전문가가 자신만이 아는 정보를 이용해 현행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입학을 허락 받는 특권층이 있듯이 말이다.

분명 다들 변명거리는 가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제도로서는 완벽하게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담당자가 주변환경만을 탓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할, 그리고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권리와 책임을 이미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제발 제도만 탓하지 말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노력을 하기 바란다. 결국 그 자리에 있기 위해 힘든 입시제도를 치러낸 사람들 아닌가. 부조리
를 알면서도 그냥 덮어버리는 모순은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이젠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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