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고수 김태원:“할 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진정한 묘미”
여자고수 이효정:“게임도 즐기고 사람도 만나 기쁨 두배∼”
 
“골프가 어렵다는 편견은 버려∼”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가 게임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골프하면 일반적으로 돈있는 사람들이 폼내며 즐기는 스포츠라는 생각을 갖기 쉽상이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골프를 즐기는 ‘팡야’는 기존 편견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다.

복잡한 골프의 룰과 클럽 구분도 모르는 유저들도 게임으로 골프를 배우며 쉽게 친숙해 지고 있다. 화제의 게임인 ‘팡야’와 깊은 사랑에 빠진 남녀 고수 2명을 만나 그들만의 게임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일주만에 골프 마스터한 ‘팡야계의 박세리’

건설회사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이효정(25)씨는 사실 게임과 그리 친숙한 사람은 아니다. 게임이라면 사람들 따라 오락실에 가 해보던 ‘테트리스’가 고작. ‘팡야’도 동생이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보면서 우연히 알게됐다. 하지만 게임에 입문한지 이제 열흘 남짓된 그녀는 이미 ‘팡야’ 최고수 레벨에 도달했다.

18홀 최고 기록은 24언더파, 레벨은 주니어A다. 비슷한 시기 ‘팡야’를 시작한 기자의 레벨이 아직 루키인 것을 감안할 때 그녀의 기록은 한마디로 눈부실 정도다. LPGA같은 세계적 골프대회가 있다면 소렌스탐이나 박세리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녀의 게임 아이디인 ‘salas2’와 닉네임 ‘(해)같이 웃자∼1’를 얘기하면 “맞어, 맞어”를 연발하며 그녀의 실력을 떠올릴 유저도 많을 것이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는 ‘세피아’. 장타자가 아니면 쉽게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도 어려운 난코스다.

“동생이 게임하는 것을 보니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골프룰도 모르고 그냥 시작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저같은 왕초보도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것이 ‘팡야’의 매력인 것같아요”

# RPG는 지겹다

인쇄업종에서 일하는 김태원(25)씨는 비교적 마니아급에 속하는 유저다. ‘리니지’ ‘탄트라’ 등 유명 온라인게임을 두루 섭렵했으며 고레벨의 캐릭터도 몇개나 갖고 있다. 하지만 노가다식으로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RPG게임에는 이제 지루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것이 캐주얼 온라인 게임 ‘팡야’.

“TV를 통해 박세리, 최경주 등 프로골퍼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골프를 배워보겠다고 생각 했어요. 하지만 현실 여건이 안따라주니 아직 골프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죠. 그런데 귀여운 캐릭터로 즐기는 골프게임을 알게돼 흔쾌히 ‘팡야’를 즐기게 됐습니다.”

게임 아이디와 닉네임 ‘wintaewon’을 사용하는 태원씨도 20언더파가 넘는 기록을 숱하게 갖고 있다. 별 하나짜리 18홀 최고 기록은 23언더파. 별두개짜리 18홀 기록도 무려 20언더파다. 30명이 모여 서로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 나가 우승한 경력도 이미 178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도 어렵기로 소문난 ‘블루워터’. 각종 스핀샷과 기교가 없이는 20언더파대의 기록은 불가능한 홀이다.

# 할수록 어려워 지는 게임

“사장님, 나이스 샷!” “굿∼샷!”

골프 대결이 펼쳐지는 ‘팡야’의 각 방에는 이같은 탄성이 연발한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거친 바람을 뚫고 홀컵에 빨려들 때면 친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기쁨과 부러움의 환호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다. 홀인원, 이글, 롱칩샷 등이 홀컵으로 떨어질 때의 손 맛이란 느껴지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실제 골프장에서 느끼는 손맛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온라인 골프 유저들도 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팡야’의 고수로 통하는 김태원씨는 처음엔 단순해 보이는 것 같았지만 할수록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이 ‘팡야’의 묘미라고 설명한다.
“처음 배울 때, 아무 생각없이 치면 특수샷이 잘 들어가지만 막상 실력이 늘어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하다보면 더 안들어가더라구요. 이게 게임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이효정씨도 “가끔 내기에서 이길 때나 롱 샷이 들어갈 때면 그 순간 만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은 황홀함에 빠지기도 해요”라고 털어놓는다.

# 사람이 있어 더 즐거운 게임

처음 만나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던 두 사람은 골프 게임 ‘팡야’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자 어느새 쉽게 친해졌다.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냉혹한 기존 게임과 달리 건전한 승부를 유도하는 캐주얼 게임은 온라인에서 사람 간의 벽을 허물어 서로 친숙하게 만드는 좋은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태원씨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서로 지켜야할 매너가 있다고 설명한다.
“대답없는 사람, 샷을 잘쳤는데도 호응 없는 사람, 중간에 나가는 사람, 레벨 규칙안지키는 사람 등은 좀 고쳐졌으면 좋겠더라구요. 오프라인 골프에서도 지켜야할 매너가 있듯이 온라인에서도 서로 지켜야할 에티켓은 꼭 지켜줘야 서로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게임하면 “이런거 왜 해?”라고 생각했던 이효정씨도 ‘팡야’를 알게 된 후 “게임이 이래서 재미있구나”라며 예찬론자로 바뀌었다.
“그전까진 게임하면 할 일없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 정도로 치부했던게 사실이예요.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니 게임의 재미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채팅하며 사귀는 기쁨도 게임 못지 않게 쏠쏠하더라구요.”

어느새 게임 마니아가 된 이효정씨는 그동안 회사에서 짬을 내 즐기는 것으로 모자라 집에서 밤을 새게될 지도 모르겠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이미 ‘팡야’와의 사랑에 푹 빠진 것이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