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레트 스타리그에서 강민 제압하며 8강 선착
 
“제 목표는 우승입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쉬었어요.”

‘물량토스’ 박정석(KTF)이 팀동료인 강민을 탈락 위기로 내몰며 16명 가운데 가장 먼저 8강 진출을 예약했다. 지난 14일 열린 ‘온게임넷 질레트 스타리그’ 3주차 경기에서 박정석은 그동안 보였던 부진을 말끔히 씻어 내며 강민을 제압했다. 이로써 박정석은 죽음의 조인 A조에서 2승째를 챙기며 조1위로 올라섰다.

이 날 경기에서 박정석은 강민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초반에 옵저버를 생산하지 않고 3게이트에서 대규모 물량을 뽑아내 강민의 유닛을 힘으로 제압하는 등 ‘물량토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였다. 강민의 리버 드랍을 안정적으로 막아내고 7시 몰래 멀티를 견제하는데 성공한 것이 승리의 발판이었다. 이후 박정석은 강민의 다크템플러 급습을 잘 처리하고 중앙전투에서 그동안 생산해 놓은 대규모 물량으로 강민의 유닛을 모두 잡아냄으로써 승리를 굳혔다.

이로써 박정석은 강민과의 역대 전적이 2승 4패에서 3승 4패로 가까워졌다. 특히 오는 21일 열리는 최연성과 이병민의 경기에서 최연성이 승리할 경우 무조건 8강에 오르게 된다. 우승을 향한 최고의 난코스를 통과하는 셈이다.

반면 패배한 강민은 첫경기에서 최연성에게 패한 터라 2패를 기록, 자력으로는 8강 진출이 불투명해 졌다. 강민은 이병민과 박정석이 최연성을 잡아주고 자신과 박정석이 이병민을 이겨, 자신과 최연성·이병민 등 3명이 1승2패의 동률을 이뤄야만 재경기를 통해 8강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박정석은 이 날 강민과의 경기를 위해 친정팀인 한빛스타즈 숙소에서 연습을 하는 치열함을 보였다. 강민과 같은 팀이다 보니 같은 숙소에서는 연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날 강민과의 경기를 승리로 마감한 후 박정석은 자신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프로’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박정석과 강민은 팀동료이기 이전에 최강의 프로토스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이다. 특히 강민은 박정석이 부진한 틈을 타 얼마전까지 박정석의 자리였던 ‘4대 천왕’ 타이틀을 차지한 터라 경쟁심리도 대단하다.

그렇지만 강민과 박정석은 죽음의 조에서 라이벌팀의 최연성을 협공해 떨어뜨리고 8강에 동반진출하려던 의도는 결국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지난대회 우승자인 강민이 탈락할 경우 ‘우승자 징크스’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팀동료 강민을 궁지로 내몰며 8강 고지를 선점한 박정석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만큼 박정석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 셈이다. 그가 이 여세를 몰아 오랫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강민에게 빼앗긴 ‘4대천왕’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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