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族들 가족나들이 '찜질방 찬가'
 
“이제 그만하고 샤워해.”
“15분 남았어요. 조금만요….”

지난 14일 오후 문래동 ‘25시 불가마 사우나’. 찜질방을 찾은 부녀가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였다. 찜질방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려는 중학생 딸과 이를 말리는 아빠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10평 남짓한 게임방에는 10여명의 젊은이들이 PC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 한남동에 위치한 찜질방 ‘이태원 랜드’. 국내 최대 규모의 불한증막을 갖고 있다는 이 곳에서는 또 다른 진풍경이 연출됐다. 찜질방 휴게실 곳곳에서 오손도손 둘러앉아 ‘보드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 대학생들로 보이는 무리에서 가끔씩 탄성이 터졌고, 게임을 즐기는 가족들의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찜질방이 ‘게임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찜질방을 찾은 사람들이 찔질과 함께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찜질은 뒷전이고, 게임 때문에 찜질방에 열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집에서는 엄마 눈치 때문에 제대로 게임을 즐길수 없어요. 찜질방에서는 집보다 자유로워요.”
문래초등학교 박모양(12)은 찜질방에서는 부모님이 게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해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분에 500원씩하는 PC방 사용료가 부담스럽다고 불평했다.

더러는 샤워는 대충하고 하루종일 찜질방내 PC방을 전전하다 부모님으로부터 호된 야단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못해 끌려나가는 아이들이 몰래 PC방을 다시 찾는 숨박꼭질도 펼쳐진다.

사정이 이쯤되자 주말이나 휴일이면 찜질방내 PC방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문래동 ‘25시 불가마 사우나’ 관계자는 “PC방이 넓지 않아 큰 수입을 내지는 못하지만 동전 투입방식이라 특별히 관리 비용이 들지 않아 수익이 짭짤하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PC방을 갖춘 찜질방이 서울지역에만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찜질방의 PC방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아동용 온라인게임. ‘비앤비’ ‘메이플소토리’ 등이 손 꼽힌다. 게임포털 사이트에서 ‘맞고’를 즐기는 20∼30대도 종종 눈에 띈다.
최근에는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보드게임도 찜질방으로 파고 들고 있다.

보드게임 유통업체 페이퍼이야기 안홍수 팀장은 “‘블루마불’이나 ‘뱀주사위’ 놀이로 잘 알려진 보드게임은 게임방법이 간단해 온가족이 즐기기에 그저 그만”이라며 “최근 찜질방을 찾은 가족이나 대학생들이 휴게실에서 심심풀이로 많이 즐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페이퍼이야기는 이를 반영해 찜질방에 보드게임을 공급하는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원장은 “프로게이머들이 펼치는 게임대전을 보기 위해 찜질방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청소년들을 가끔 목격했다”며 “찜질방까지 다양한 게임문화가 파고 든 것은 그 만큼 게임이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반증”이라고 말했다.
 
가볼만한 이색 찜질방
골프, 요가 등 레저문화 명소로 각광
 
찜질방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색 찜질방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규모는 대형화되고 각종 레저시설까지 갖춰 복합 레저공간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많다.

한남동에 위치한 이태원랜드가 대표적인 사례. 무게가 250톤에 달하는 전통 불한증막을 갖고 있는 이 곳에는 찜질이나 사우나 시설은 물론 PC방, 만화방, 노래방 등 각종 놀이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보드게임을 대여해줘 온가족이 모여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서울지역 유명 찜질방으로는 메디스클럽(논현동), 센트럴스파(반포동), 백두산사우나(창2동) 등 대규모 찜질방이 성업중이다. 이들 대형 찜질방에는 기존 편의시설에 더해 헬스, 수영, 골프, 요가 등 각종 레저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도 유명한 찜질방이 많다. 인천 청학동 ‘스파렉스’는 해수 노천탕으로 유명하며, 경기도 포천 웨스턴벨리의 ‘벨리천’은 찜질뿐 아니라 클레이사격, MTB, 승마 등 역동적인 레저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부산 해운대 미포선착장 앞 ‘비치레저텔’은 목욕탕 온탕에 앉으면 통유리를 통해 해운대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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