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문화상품
보드게임 전도사
 
또랑또랑한 눈망울의 앳된 얼굴. 보드게임 카페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페이퍼이야기의 윤지현 사장(31)은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말투로 보드게임 예찬론을 편다.

“처음에는 틈새시장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놀이문화의 한축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그는 보드게임이 3~4년내에 영화에 버금가는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현재 100만에 머물고 있는 보드게임 인구는 500만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보드게임은 영아 등 일부를 제외한 전국민이 잠재고객이라는 계산에서다.

 # 보드게임은 고부가 문화 상품

윤 사장은 임요환 등 많은 프로게이머들까지 보드게임에 매료돼 페이퍼이야기를 자주 찾는다고 은근슬쩍 자랑을 늘어놓는다.
윤 사장이 보드게임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컴퓨터 게임이 1인자만 주목받는데 비해 매너 있는 사람이 각광을 받는 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보드게임은 여럿이 힘을 모아 한사람을 공격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먹은 일에는 집중력을 발휘하는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으나 곧 프로게이머가 됐고 이후 게임의 세계에 푹 빠져들면서 한동안 남들이 그렇듯이 중독자 생활을 하기도 했었단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접한 보드게임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봤을 때는 우습게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 보드게임 알리려 사업 나서

윤 사장이 보드게임을 사업으로 연결시킨 것도 사실 마음 놓고 보드게임을 즐길만한 공간이 없다는 마니아적인 열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는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고 NHN에서 근무하면서 보드게임에 대해 알게 됐는데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동호인의 숫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요가 없다 보니 보드게임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같이할 게임 상대와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뜻이 맞는 이들과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게임을 했습니다. 한번은 주일에 아는 분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게임을 하는데 생각도 못했던 사장이 나와 이를 보더니 ‘회사에서 포커를 치느냐’고 면박을 줬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윤 사장은 당시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 개발 아이디어도 뒷전으로 미루고 곧 주변 사람들과 의논해 카페를 열었다. 새 문화를 알릴 기회도 되고 장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단다.

#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역량집중

윤 사장의 보드게임에 대한 애착이 깊은 만큼 페이퍼이야기의 사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보드게임 카페의 진입장벽이 낮은 터에 얼마전까지 많은 카페가 등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그동안 들였던 공에 대한 보상으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수입해 와도 팔 곳이 없으면 그만입니다. 현재는 온라인 쇼핑몰의 한계를 느껴 오프라인쪽을 뚫고 있습니다.”
페이퍼이야기는 지난 2월말부터 교보문고 전매장에 보드게임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상당수의 할인마트와도 거래를 텃다. 백화점 공략을 위해 롯데·현대백화점 등과도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윤 사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무리한 화대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면서 유통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
“치고 빠지는 사업을 하기는 싫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안정된 구도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웹 마케팅팀의 안홍수 팀장은 프랜차이즈 문의가 많이 오지만 윤 사장은 조건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무조건 거절한다고 아쉬워한다.
교육과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다.

보드게임을 이용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대교와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4개월 모의 프로젝트인 ‘창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 가을께 정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또 두산동아와도 유치원 연령 대상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외국에는 보드게임 전문 사이트가 있지만 품질은 많이 떨어진다는 윤 사장은 모 개발사와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보드게임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순수 창작게임 개발은 그의 최종적인 목표다. 페이퍼이야기는 이미 일부 라이선스 게임을 국내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창작게임도 개발하고 있고 내년에는 공모전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창작게임 개발은 무조건 서둘지만은 않을 계획이다. 어설프게 내놓았다가는 보드게임에 대한 인식만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원하는 것은 성취하고 마는 성격

윤 사장은 정말 욕심도 많고 일단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야 마는 도전적인 성격이다. 자그마한 체구 어디서 그런 강단과 추진력이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다.
서울대 출신인 그는 바둑의 기본 룰만 알고있는 상태에서 학교 바둑동아리에 들어가 채 2년도 안 걸려 공인 초단을 따냈고 또 게임이 좋아 프로게이머까지 돼 여성리그 우승도 몇번 해보는 등 하고 싶은 것은 원없이 다 해봤다.

요즘은 체력관리를 위해 스쿼시를 배운다. 미국, 독일 회사와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외국어에 대한 욕심도 생겨 어학공부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보니 결혼도 뒷전이다.

“결혼이요? 안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사업이 모든 시간을 앗아갔고 사업이 본괘도에 오를 때까지 사생활은 없습니다.”
욕심 많은 여자 윤 사장은 보드게임이 한시적 사업 아이템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문화로 자리잡기를 원한다. 또 다른 그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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