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캐릭터 앞세워 재미있는 '열혈강호 온라인' 재탄생
 
인기만화 ‘열혈강호’가 온라인 게임으로 곧 재탄생한다. 현재 4차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열혈강호’는 여름 방학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경 오픈베타에 들어갈 예정이다. 300만 이상의 만화 ‘열혈강호’ 마니아 뿐만 아니라 무협팬들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열혈강호’의 그래픽을 총괄하고 있는 KRG소프트 정태영(32) 팀장을 만났다.

# 대박은 따놓은 당상(?)

지난 94년 5월 잡지 ‘영챔프’에 연재를 시작한 무협만화 ‘열혈강호’(대원씨아이·각권 3500원)는 최근 출간된 제33권으로 총 발행부수 300만부를 넘어섰다. 국내 만화계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레드문’ 등 히트 온라인 게임의 상당수가 만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열혈강호’는 그 어떤 작품 보다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만화 팬들을 고스란히 게임으로 옮겨올 수 있다면 대박은 따놓은 당상. 하지만 정적인 만화와 동적인 온라인 게임은 너무 다르다. 아무리 소재와 캐릭터가 좋아도 온라인 게임 다운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참패하고 만다. 더구나 ‘열혈강호’ 골수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보니 이를 만족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그래서 정태영 팀장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온라인 게임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와 액션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고심하고 있다.

“그래픽 ‘레벨 디자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천명의 유저들이 하나의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다 보니 유저들이 한 곳에 몰리면 심각한 렉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과 안정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하는 ‘열혈강호’의 캐릭터들도 변했다. 2001년 출시된 PC게임 ‘열혈강호’는 3등신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다소 키가 커진 5등신으로 성장했다. 무협게임의 묘미인 액션감과 타격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 무협과의 질긴 인연

정 팀장이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IMF 당시 아담소프트의 게임 캐릭터 외주제작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게임 개발에 뛰어든 건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게임의 묘미를 느낀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인디21’이라는 게임개발사를 만들어 직접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기획된 작품이 무협게임 ‘구룡쟁패’. 2000년 11월 KRG소프트에 합류하며 다시 무협게임 ‘열혈강호’의 PC게임과 온라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 것을 보면 무협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는 듯하다.

“중학교 시절 ‘영웅문’ 등의 무협지에 빠진 적도 있긴 하지만 무협마니아라고 하기엔 내공이 부족하죠. 다만 ‘구룡쟁패’에 이어 ‘열혈강호’를 만들다 보니 무협이 아직 여성이나 일반인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열혈강호’는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젊은 혈기로 처음 도전했던 ‘구룡쟁패’는 개발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실패로 끝났다. ‘열혈강호 온라인’이 무협과의 악연을 끊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정 팀장은 대답보다는 자신있는 웃음으로 답했다.

# 코믹 무협의 진수 ‘열혈강호’

‘열혈강호 온라인’은 기존 무협게임과 달리 어려운 한자 용어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거쳐야 했던 생소한 시스템도 물론 최소화했다. 여성이나 초보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코믹적 요소도 대거 도입했다. 우선 캐릭터부터 재밌고 화사한 느낌으로 구현했으며 캐릭터들의 동작에도 웃음이 뭍어나게 했다. 레벨이 낮은 유저들은 로그인하면 캐릭터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모습부터 만난다. 또 이모티콘을 사용해 캐릭터의 희로애락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심지어 몬스터들도 각종 감정을 표현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한비광, 담화린, 천운악 등 원작의 주인공들이 NPC로 등장해 각종 퀘스트를 이끌어 나갈 예정입니다. 만화 주인공을 동경하던 유저들이라면 이들과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될 것입니다."

# 디자인은 완성을 위한 과정이다

아트디렉터란 직함을 갖고 있는 정 팀장은 게임 그래픽도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게임개발사의 그래픽 담당자들은 흔히 프로그램과 그래픽을 겸한다. 디자인을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만으로 의미를 축소시키던 게 관례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게임업계에 디자인 전공자의 수는 많이 부족하다.

“게임업계에도 차츰 디지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 결과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문화 콘텐츠이건 공산품이건 간에 완성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하려면 작업환경이나 프로세스 모든 부분으로 디자인의 개념을 확대시켜야 합니다.”

게임업계가 한단계 진화하려면 기획작업에서부터 최종 마케팅까지 디자인의 역할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팀장은 디자이너들부터 스스로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 나라 디자이너들은 직업 수명이 매우 짧은 편입니다. 창의력 부족도 있지만 아직도 디자이너의 역할이 그래픽 중심으로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라도 디자이너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듭니다. 그렇게 해야 50대까지도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겠죠. 혹 로또가 당첨된다면 똘똘한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한 ‘학원’을 설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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