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섬 사람들의 '유쾌한 거짓말'
때묻지 않은 심성 잔잔한 감동 선사 '무공해' 영화
 
칸느 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는 캐나다의 장 프랑소아 풀리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대단한 유혹’은 무공해 영화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공해 바다와 하늘을 비춰준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화면 속으로 들어가 심호흡을 하고 무공해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쉬고 싶어진다. 보이는 것은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와 한가로운 전원주택들 뿐이다. 인구 120명의 작은 섬이 영화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정말 우리들의 가슴 속에 쌓인 온갖 불순물을 제거해주는 이유는, 그 섬에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에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순박한 섬 사람들이 일치단결해 한 사람을 철저하게 속인다면. 그래도 우리들은 그 사람들을 순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 영화를 무공해 영화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섬 사람들의 음모는 그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어업으로 한때는 번성했던 생마리 섬은 이제 죽어가는 섬이 됐다. 섬 사람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연금을 타기 위해 줄을 서면서 그들이 느끼는 것은 철저하게 망가진 자존심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이 이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섬에 공장을 지을 수만 있다면 섬 사람들은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가 필수적이다.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은행은 전제조건으로 섬에 상주하는 의사를 구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즈바도 없고 스포츠카를 몰고 달릴 수 있는 도로도 없고 크리켓을 할 수도 없는 이 작은 섬에 어떤 의사가 자원해서 5년이라는 기간을 머물겠다고 장기계약하겠는가.

섬 사람들의 음모는 그렇게 해서 시작된다. 단 한 사람의 의사를 속이기 위해 섬 사람들은 집단으로 철저하게 거짓 연기를 한다. 사고를 쳐서 어쩔 수 없이 섬에 머물게 된 의사가 장기거주하게 하기 위해 그들은 의사가 좋아한다는 크리켓을 연구한다. 한번도 크리켓 경기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책에서 크리켓 유니폼을 찾아서 만들어 입고 배트를 만들어 경기를 하는 모습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해준다. 또 의사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의사의 집 전화를 도청한다. 그래서 그가 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기 때문에 대도시 몬트리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등을 속속들이 알아 낸다. 정말 ‘대단한 유혹’이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거짓말이 밝혀지면서 위기가 오지만 우리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위기는 오히려 이 순박한 섬 사람들의 진심을 더 돋보이게 해줄 뿐이다. 바로 그런 점이 조금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면 저절로 맑은 웃음이 나오고 순박한 섬 사람들의 음모에 동참하게 되는 것을. ‘대단한 유혹’은 올 1월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고 캐나다 개봉 당시에는 4개월이나 롱런하며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영화평론가 · 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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