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분위기 물씬
게임업계 팔방미인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이던 시절 문화관광부에서 만나보고 몇년 만에 다시 세종대 영상대학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사람들은 잘 기르지 않는 콧수염이 인상적인 김동현 원장의 모습은 한번 보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엔지니어라기 보다 예술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찾은 그의 사무실은 대학원장실의 정숙하고 깔끔한 분위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교수연구실을 연상시켰다. 대형 탁자에는 담배재가 흩어져 있었고 커다란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털털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정신 없이 바쁘게 산다”고 짧게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교수이면서 아케이드게임업체 사장이기도 한 그는 지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99%는 완성됐는데 마지막 1%를 채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는 조만간 내놓을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이 제일 절실하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말을 할 때 김 원장은 그야말로 기업인의 모습이다.


# 세계적인 아케이드 게임 개발에 도전

얼마 전에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장 사장은 “10여년 전 나는 온라인게임을 맡고 김동현 원장은 아케이드 게임을 맡아서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기로 약속했다”며 “김 교수가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웃으며 당시를 회고 했다. 그가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라기 보다는 시스템공학연구소의 감성공학부에서 가상현실연구실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그는 일본과 미국 게임시장이 엄청나게 커져 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게임분야에서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지금도 세종대에서 영상대학원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게임전공자들을 키워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김 원장은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의 연구원과 게임종합지원센터(현 게임산업개발원) 소장, 게임업체 사장 등 남들은 한가지도 하기 어려운 일을 서너개씩 경험해 봤으니 말이다.


# 요즘 한국 게임산업은 세계 시장과 따로 놀아

그래서 그의 게임에 대한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의 한국 게임산업을 보면 세계 게임시장과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온라인게임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화돼 세계시장의 주류인 아케이드게임과 콘솔게임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을 아케이드게임·콘솔게임·PC게임·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은 플랫폼에 의한 분류상 엄밀히 말하면 온라인화된 PC게임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도 온라인으로 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아케이드게임시장은 죽었다’고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보면 여전히 콘솔게임과 45%씩 시장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케이드게임에는 체감형 게임기 등 여타 게임들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김원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온라인콘솔게임·온라인아케이드게임으로 주력 게임시장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풀 트리거’로 ‘이달의 우수게임’ 상 받아

그는 얼마 전 의미있는 상을 하나 받았다. 지난 2년 동안 15억원을 들여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 ‘풀 트리거’가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3월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된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으로는 참 오랜만에 ‘이달의 우수게임’ 상을 거머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높은 품질로 아케이드 게임의 부흥을 꿈꾸는 선봉자 역할까지 기대되기 게임이기 때문이다.

풀 트리거’는 공기압축 제어기술을 활용, 총탄 발사시 오는 반동감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3D 그래픽, 3D 사운드로 게임 몰입감도 뛰어나다.

김 원장은 “‘풀트리거’는 순수 국산기술로 제작했지만 남코, 코나미 등 일본 유명 아케이드 게임업체가 개발한 슈팅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수작”이라며 “일본 게임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수출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활짝 웃었다.

만나던 그날도 대학원생들과의 MT가 있어 경기도 가평으로 바삐 떠나던 그와 인사를 나누며 “다시 만날 때는 ‘아케이드 대박’의 희소식을 들을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가 생겼다.
 
프로필
 
1988년 일본 오사카대학 환경공학과 석사
1991년 일본 오사카대학 환경공학과 박사
1996-1997년 시스템공학연구소 감성공학연구부 가상현실연구실 실장
1998년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연구소 휴먼컴퓨팅연구부 가상공간연구팀 팀장
1994년 한국컴퓨터그래픽스협회 부회장ㆍ감사(현)
1996-1999년 시스템공학연구소 정보기술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1999-2000년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
2001년-현재 세종대 영상대학원장
 
취재부장(bekim@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