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주성호 "개성이 담긴 작품만이 살아남는다"
학생 탁연심 "게임 철학 · 이론 접목 토론식 수업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게임을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고 심지어는 정규 대학에도 관련 학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가르치는, 또는 배우는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게임산업개발원 산하 게임아카데미의 주성호 교수와 학생 탁연심씨를 만나 그들의 세계에 대해 들어본다.


# 게임만 배우는 커리큘럼 문제

“노력만으로 승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은데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아쉽다는 주성호 교수(29)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일단 ‘나는 서투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조건 저질러 보는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자신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남 앞에 보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 교수의 생각에 대해 탁연심씨(24)는 공감을 하면서도 오히려 “게임 학원이라고 해서 게임 자체에만 집중된 커리큘럼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게임의 이론과 철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토론식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 그는 게임아카데미가 ‘공부’만을 강조하다보니 그림 그릴 공간은 물론 휴식 공간조차 제대로 없고 컴퓨터와 책상만 빼꼭히 들어서 있어 답답하다는 점도 불만이다.

그래도 탁씨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게임아카데미가 이곳에 오기 전에 알아본 다른 학원들과는 다르다는 점. 그는 많은 학원들이 커리큘럼을 일부러 길게 잡고 학원비도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 돈만 보고 하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 개성있는 그림이 좋은 그림

“동료 학생들한테 미대 다닐때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이게 뭐냐’는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탁씨는 게임 그래픽을 배우고 있는데 그림을 처음 접하는 동료 학생들이 사실적으로 그리려고만 하고 또 그래야 잘 그린 그림으로 알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 한다. 모두 똑같은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저마다의 개성이 사라질까봐 걱정이란다.

이에 대해 주 교수도 옳은 얘기라며 맞장구를 친다. 모든 미술 입문서에 나와 있듯이 잘 그린 그림이 반드시 좋은 그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망이 좋다는 남들 말만 따라 게임을 배우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그런 학생들은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입니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이 무작정 배우려다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주 교수에 따르면 게임아카데미는 과당 21명을 선발하는데 평균 16명이 수료하고 심한 경우는 8명만 남은 적도 있다고 한다.


# 명문대 선호 현상 우려

“선배들을 보니 지방대 출신이어서 수상경력이 없으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탁씨도 원래는 스스로 취업에 대비하려 했으나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게임아카데미를 찾게 됐다고 한다.

주 교수도 걱정은 매 한가지다.
“과거 게임 업계는 학벌을 따지지 않았으나 이제 메이저 업체들은 명문대 미대 출신만 뽑고 있습니다.”

그래픽,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갈 곳을 잃은 미대 출신이 게임 업계로 대거 쏟아져 들어오면서 학벌과 인맥 등의 잘못된 기준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와 탁씨는 게임산업이 유망하다고 해서 다들 산업논리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정부는 취업률 등 숫자논리로만 게임 교육을 재단하는데 한명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양적인면보다는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아카데미 25시]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강행군'
 
모든 배움의 길이 그렇겠지만 게임도 역시 제대로 배우려면 만만치 않다.

게임아카데미 학생들은 아침 8시에 나와 하루 6시간의 수업을 받고 이후에도 10시까지 남아서 주어진 과제물을 해결하기 위해 씨름해야만 한다. 2년 과정의 게임아카데미는 4년제 대학의 이수학점에 버금가는 118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잘못하면 유급당하거나 중도 탈락할 수도 있어 한눈을 팔 겨를이 없는 것이다.

탁연심씨의 경우는 토요일에도 나와 공부를 하는데 여가라고는 고작 함께 나온 친구와 영화를 보는 것 정도라고. 그러나 주성호 교수는 탁씨가 수업을 잘 소화하는 편이며 그렇지 못해 일요일까지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같은 스파르타 교육방식은 졸업생 10명중 8명이 엔씨소프트 등 유력 게임회사에 진출한데서 드러나듯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탁씨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지난 3월부터 게임아카데미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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