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트 어필소동' 우습다고?
 
지난 5일 벌어진 SK텔레콤T1의 임요환·윤중민과 KTF매직앤스의 홍진호·박정석이 벌인 팀플전.라이벌전 답게 첫 경기부터 양팀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데 숨막히는 혈전을 펼치던 경기가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SKT의 주훈 감독이 “관중들의 반응 때문에 중요한 전략이 노출되고 말았다”며 재경기를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임요환이 홍진호 진영에 몰래 배럭스 2기를 지어 기습을 노렸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KTF팀의 우세로 상황이 반전된 것.

이로 인해 ‘확인 불가능’이라는 판정이 나오기 까지 경기는 10여분 동안 중단돼야 했다. 이날 라이벌전은 KTF팀의 2대 0 완승으로 끝이 났고 양팀 감독은 뒤끝이 개운치 않았는지 말을 아낀채 하늘만 응시했다.

관중들의 코앞에서 펼쳐지는 e스포츠 대회는 항상 이같은 문제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귀를 틀어 막을 수 없고 열광하는 관중들에게 자제를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는 e스포츠계의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날 빚어진 모습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스포츠 경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 이제 e스포츠계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로농구 경기에서 감독은 물론 선수들이 심판진에 어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경기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를 바로 잡아달라고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느덧 e스포츠도 정식 스포츠 못지 않은 치열한 승부의 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어필이 받아 들여져 재경기를 치른 사례도 있다. 며칠전 열린 챌린지리그에서 한 선수가 버그로 인해 가스자원을 모두 잃어버린 것.선수는 이에대해 어필을 했고, 운영진은 이를 검토한 끝에 재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e스포츠계에도 라이벌팀이 등장하면서 승부욕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이에따라 선수들이 어필하는 상황이 앞으로도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e스포츠의 열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져 어필 문화가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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