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위기 불감증’
 
“이제 중국시장은 그림의 떡이 됐습니다.”

최근 중국을 여려차례 방문한 온라인게임업체의 A사장이 조금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내년부터 한국게임의 중국 진출이 완전봉쇄될 것”이라며 흥분했다.
올해 초부터 중국 관료와 게임업체 관계자들을 수시로 만났다는 그는 “그들이 내년부터는 합작법인 설립조차 허락하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진행중인 B사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해줬다. 그는 현재 중국 게임업체 CEO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들이 중국 게임심의기구 신문출판서 자문과 고문으로 활약중이라고 말했다. 바꿔말해 한국게임의 확장에 불만을 품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심의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같은 징후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지적됐다. 지난 1년간 수많은 국산 게임이 수출계약을 체결했지만 신문출판서의 판호를 받은 게임은 겨우 3개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면 기자는 지난 2002년 중국 신문출판서 관계자를 만나 ‘중국도 온라인게임 심의에 착수한다’는 뉴스를 중국발로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보도를 접한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바짝 긴장했다. 대책을 세우자고 난리법석을 떨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 때문에 A사장과 B사장의 이야기는 우리 게임산업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중국 정부와 업체가 똘똘 뭉쳐 ‘타도 코리아’를 외치는 동안 우리는 ‘심의 파동’이니, ‘정부부처 알력다툼’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은 아닌가.
다행히 이 같은 난맥상을 타개해보자며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최근 깃발을 올렸다. 어쩌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한국이 중국을 2∼3년 앞서갈 것이라는 신념은 이제 포기했습니다.” A사장의 자포자기가 아직도 귓전에서 울린다. 또 다시 슬픈 자화상을 그릴 것인가. 정부든 업체든 이젠 ‘위기 불감증’에서 제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