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넨시아'로 명예회복 벼른다.
투철한 장인의식이 두둑한 밑천... "재기 자신있어요"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도 꽤 오래 됐는데 막고야 홍동희 사장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이제서야 첫 대면을 하게 됐다.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게임업계 1세대로 한국의 게임산업을 태동시킨 장본인이라는 것과 초창기 ‘세균전’등 많은 게임을 히트시키며 패키지게임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게임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접어들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래서 그가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으며 게임업계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 지가 꽤 궁금했다.


# 게임마니아에서 ‘막고야’ 창업자로

우선 그가 어떻게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됐는지를 물어봤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무척 좋아했어요. 대학생 때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대기업에 납품할 정도였지요. 미국에서 전산학을 공부하고 귀국했는데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직장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회사를 차렸죠”

그때가 92년으로 그의 나이 불과 스물일곱 때였다. 남들은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 취업해서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홍 사장은 ‘한국 최초의 게임개발사’를 꿈꾸며 창업의 길로 나선 것이다. 홍사장은 회사 이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환웅이 세웠다는 신시 ‘막고야’에 마음이 끌렸다. 한국에서 게임을 처음으로 만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막고야’는 또 장자의 ‘소요유편’에 나오는 신선들이 사는 산을 뜻하기도 한다.

당시 홍사장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젊음 하나만 믿고 겁없이(?) 뛰어들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세균전’이 히트를 치며 그는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번 돈을 만져 봤다. 10여년 전 당시 돈으로 수억원을 벌었다. 지금으로 비교하면 꽤 많은 돈을 번 셈이다. 그리고 몇번의 실패와 몇번의 성공이 이어졌지만 남들이 말하는 대박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다.

# 12년 간 지켜온 ‘게임 1세대’의 자부심

 “제가 게임을 시작했을 때 이름을 날리던 업체는 저희를 포함해 미리내, 에이플러스 등 3개 업체 뿐이었어요. 그중 미래내는 중도에 게임을 포기했다가 몇년 전에야 다시 모였고 에이플러스도 게임을 포기했죠. 이렇게 따지면 12년 동안 줄곧 게임을 해 온 것은 막고야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죠.”
홍사장은 여기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게임을 지켜왔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부심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의 영광만을 강조하면서 현실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
사장은 톡톡히 수업료를 낸 경험을 갖고 있다.

“PC게임에서 성공해 보니까 거기에 만족해서 온라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희보다 늦게 게임을 시작한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는 처음부터 온라인을 겨냥해서 지금은 엄청나게 규모가 커졌죠.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뒤 늦게 뛰어들어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 ‘루넨시아’다. 지금 엠게임을 통해 오픈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꽤 좋아 홍 사장은 이 게임으로 제 2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는 의욕을 보였다.
젊음과 패기 하나만으로 게임을 시작했던 10여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정확한 판단과 전략도 서 있다. 이 게임의 수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루넨시아’로 제2의 전성기 누리겠다

'루넨시아'는 상큼한 로맨스 애니메이션을 내세우고 있는 게임으로 ‘넌센스’를 기본 컨셉으로 전통적인 룰에 비껴 가면서 가벼운 웃음과 적절한 패러디를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있다.
 ‘루넨시아’ 얘기가 나오자 홍사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면서 활기가 넘쳤다. 이 게임에 거는 그의 기대가 얼마나 큰 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나서 개발한 게임이라 성공할 것을 자신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단순한 흥미유발 뿐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루넨시아’는 지난 1월 문화부와 전자신문이 공동주최한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와 재미를 적절히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성공하면 그동안 PC게임업체로만 인식돼 주류에서 소외됐던 막고야도 비로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10년 넘게 게임이 좋아서 게임 하나만 해온 홍사장이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멋지게 성공해야 그와 함께 초창기 게임업계를 이끌었던 많은 사람들이 ‘잘 버티고 잘 성공해 주었다’고 축하해 줄 것이 아닌가.
 
프로필
 
1984년 상문고등학교 졸업
1988년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 Teaneck NJ USA 전산학과 졸업
1989년 Rutgers University, New Brunswick NJ USA 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수학
1992년 막고야 설립
1994년 한국 PC 게임 개발사 연합회 해외사업부장
1995년 (주)막고야 설립
1995년 10월 한국 PC 게임 개발사 연합회 2대 회장
1997년 숭의여자전문대학 산업체 겸임교수
1999년 전북대학교 영상화특성사업단 겸임교수
2002년 상명대학교 정보통신 대학원 강사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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