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통' 녹아든 '영혼의 선율'
다큐 기법 '디지털 시네마베리떼'의 정수
 
으아악! 빔 벤더스 감독의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을 보는 동안 나는 극장 의자에 앉아서 가슴을 쥐어뜯었다. 고통스러운 블루스의 선율이 심장을 뒤흔들어 놓았으며 활화산의 용암처럼 피를 뜨겁게 만들었다. ‘더 블루스’는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제작 총지휘해 만들어진 7편의 블루스 다큐멘터리 연작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크 피기스 등의 감독들이 각각 한편씩 맡아서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언어로 완성한 이 시리즈가 공개되자 O.S.T와 DVD는 물론 관련된 공연 음반과 책도 열광적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들의 삶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목화 따던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에는 아프리카의 토속적 리듬이 스며들어 있고 고통스러운 그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집단적 고통의 흔적이었던 민요는 개인적 영혼의 출구인 블루스로 구체화된다. 블루스는 재즈의 밑바탕이 되었고 가스펠이나 컨츄리 뮤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빔 벤더스 감독은 ‘소울 오브 맨’에서 자신을 매혹시킨 세명의 블루스 뮤지션의 삶을 추적한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세속적 명예와는 무관하게 거리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성가만을 불렀던 블라인드 윌리 존슨, 1931년 앨범 한장을 내고 홀연히 사라졌다 33년만인 1964년, 암 환자로 병원에서 발견돼 다시 음악활동을 재기했다 세상을 떠난 스킵 제임스, 반전의식을 담은 ‘베트남 블루스’나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을 기울인 ‘알라바마 블루스’ 등 사회적 시선으로 블루스 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다가 교통사고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J. B. 르노아르가 그들이다.

‘소울 오브 맨’은 다큐멘터리 기법을 응용한 영화적 양식인 시네마베리떼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제 뮤지션들의 공연 장면을 촬영한 기록 필름, 배우들을 기용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화면, 그리고 루 리드, 벡, 카산드라 윌슨, 보니 레이트 등 현대의 뮤지션들이 옛 블루스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 등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현대 뮤지션들이 과거의 곡을 재해석하는 장면은 컬러, 다른 장면은 모두 흑백이다.

안타깝게도 ‘소울 오브 맨’에 등장하는 스킵 제임스와 블라인드 윌리 존슨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배우를 기용해 과거의 기록화면처럼 만든 재현필름이다. 화면만 보고는 그것이 재현필름인지 기록필름인지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빔 벤더스 감독은 영상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두 명의 뮤지션들에 대해서는 디지털 기술로 마치 과거의 장면인 것처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영화의 나레이션은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역을 맡았던 로렌스 피쉬번의 목소리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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