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게임 '대박' ···이젠 질주만 남았다
어렵게 길러내 우수인력 빠져 나갈땐 고통스럽고 허탈
 
작년 여름에 가보고 1년여 만에 다시 선릉역에 있는 현대디지털엔테에인먼트 사무실을 찾았다. 전동수 사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때도 길을 잘못 들어 헤맸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길 눈이 좋은 편인데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았다. 지난 1년은 전사장에게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던 해였다. 사업도 그랬지만 보성고등학교 동창으로 늘 가까이 했던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꽤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감당키 힘들 정도였다고.
차 한잔을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오늘의 주제로 넘어왔다. 게임업계 원로들을 만나 당시의 상황과 근황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만남의 목적이니 말이다.
그가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물어봤다.

# 게임은 미래의 성장동력
“현대중공업에서 90년대 중반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규사업 중 하나로 게임사업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어요. 현대그룹이 게임을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키 위해 96년 일본 세가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는데 이 작업을 내가 진두지휘 했거든요.”

당시 전 사장은 생산비용의 증가로 향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은 IT산업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IT산업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게임산업이 그 핵심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이러한 판단으로 게임산업에 몸을 담게 됐다.
그러나 게임사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그룹회장이었던 정몽구회장은 현대가 어떻게 애들의 코뭍은 돈을 거둬가는 게임을 할 수 있느냐며 반대했고 그는 직접 정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갔다.
여러개의 반도체 칩이 꽂혀있는 보드를 들고 들어갔다. 정 회장은 그게 뭐냐고 물어봤고 전사장은 “회장님 게임기는 반도체칩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해야 만들수 있는 컴퓨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정회장은 게임에 대한 인식을 고치게 됐고 결국 게임사업체 참여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정회장의 설득에 실패했다면 현대그룹의 게임사업 참여는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게임사업 참여가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건설과 전자산업분야를 통해 많이 경험해 왔지만 어렵게 길러낸 우수 개발인력을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해갈 때는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 아팠어요”
그는 너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게임업체와 개발자들의 근시안 적인 사고를 우려했다. 현재만 중요시 여기는 풍토에 젖다보면 오히려 자기 스스로를 후퇴시키기 때문이다. 너무 자기자신을 믿고 자민에 빠지는 이들이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자포자기하거나 철새처럼 이곳저곳 떠도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직을 믿고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회사를 키워 나간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안될 것이 없고 이것이 바로 자기 스스로를 키우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 몸은 50대지만 마인드는 젊은 사장
전 사장은 게임업계에서는 보기 드믄 50대 CEO다. 그래서 젊은이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 누구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20∼30대 사장이 즐비한 게임 업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50대 CEO지만 감각은 결코 젊음 CEO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 사장은 젊은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는 최신 유행가를 신나게 불러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기도 한다. 한 때 그의 18번은 젊은 사람들도 부르기 힘든 싸이의 ‘챔피언’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무척 놀랐다.

“게임회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상상을 심어줄 수 있는 회사예요. 나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말단 직원이든 개발자든, 마케팅 담당자든 누구나 먼저 회의를 제안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소집해 활발한 토론을 벌일 수 있게끔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어요”
전 사장은 이런 회의에 참석해 젊은 사람들의 의견과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흡수하고 있다. 게임회사의 CEO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는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상상한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도전적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어렵게 개발한 온라인 레이싱게임 ‘시티레이서’가 최근들어 350만명의 가입자와 동시접속 1만2000명을 기록하며 조금씩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큰 힘을 얻고 있다. 부분 유료화를 통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르 다양화와 커뮤니티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시티레이서 온라인'이라는 MMO 레이싱 게임 개발에 착수한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회사의 주력사업을 게임 유통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전환하고 고민 끝에 선정한 장르가 온라인 레이싱 게임이었죠. 이 게임은 다른 온라인게임과 차별화 되고 수출도 유망하다는 판단이 섰죠”
이 게임은 작년 ‘E3’ 참가를 통해 해외 게임 관계자들로부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자신감을 얻었다.

# 일본의 협업시스템은 본 받을만 하다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그는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한 마디 해 줄 말이 있다고 했다.
“온라인게임도 경쟁이 가열되면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치르게 될 거예요. 이는 곧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시장실패는 곧 회사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위험성이 커지는 거지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게임업체들의 ‘협업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요”

한국의 경우에도 메이저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효율적으로 구성된 산업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한국적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게임업계에는 어른이 많지 않다. 자리를 떠나며 게임업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부탁했다.
 
프로필
 
1972. 연세대 이공대 천문학과 졸업
1975. 현대 중공업
1989. 현대전자산업 이사
1993. 현대전자산업 상무이사
1995. 현대전자산업 전무이사
1997. 티-존 코리아 대표이사 부사장
2000. ~ 2001. 연세디지털헐리우드 대표이사
1996.∼현.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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