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정신 · 불굴의 도전으로 게임을 살찌게 하라"
'디오'로 무협 신드롬 일으키며 산뜻하게 재기 성공
 
“게임의 핵심은 창조성에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 해 남들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기술의 발전도 없고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정신, 그것은 개발자들의 생명입니다.”

씨알스페이스의 오용환(31) 개발실장은 아직 어린 나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게임업체를 2번이나 창업해 경영한 것을 비롯해 전자공학 석사학위까지 보유하고 있다. 친한 친구들과 모여 소규모 개발사를 설립한 것에서부터 반도체 장비회사 연구원으로, 그리고 다시 게임업계 CEO이자 개발자로 거듭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학문과 현장을 두루 섭렵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그런 그가 기자를 만나 가장 먼저 던진 ‘창조 정신’에 대한 화두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국내 게임환경이 표절과 모방 등으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과외비 밑천으로 시작한 게임개발 인생
오 실장이 게임개발에 처음 나선 것은 지난 98년. 중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술 동아리에서 알게된 선후배들과 뜻을 모아 ‘지프테크’를 설립하면서 첫발을 내딛는다.
그의 첫 작품인 ‘데스티니’는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젊은이들이 모여 야심차게 내놓은 첫 온라인 게임. 하지만 역시 사회의 벽은 높았다. 개발에 성공했지만 다른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에서 밀려 자식 같은 게임을 다른 회사에 넘기고 팀원들이 모두 흩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렇다할 자본금 없이 개발에 나서다 보니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활동으로 개발비와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어려움까지 감수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대중화되지 못한 데다 마케팅 한계에 부딪혀 결국 게임을 다른 회사에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픔도 컸지만 더 나은 훗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지프테크를 청산한 후 오 실장은 성진네텍이라는 반도체 장비회사에서도 근무하며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성을 버릴 수 없듯 오 실장은 99년 12월 다시 씨알스페이스를 설립하고 재도전에 나선다.

# 왜 무협인가
재기의 꿈을 안고 다시 나선 오 실장이 개발한 것은 최근 무협게임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작 ‘디오’. 하지만 이 당시 ‘리니지’ 등 환타지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임판에서 갑자기 무협을 들고 나온 오 실장의 시도는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의 실패를 맛본 오 실장은 게임 기획에서부터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무협게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또 창조를 고집하는 그의 개발 철학도 새로운 장르인 ‘무협’에 도전하게 만든 배경이다.

“무협과 팬터지는 RPG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세계관이나 캐릭터 육성 등에서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일명 노가다를 해야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무협의 노가다는 몹을 때려잡는 단순 노가다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협 장르가 시장이 좁아 위험하다는 말도 했지만 작다는 것은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성에 대한 그의 도전은 실제로 최근 기대 이상의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오픈베타테스트 게임 중 가장 높은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유력게임업체인 샨다가 ‘디오’를 수입하면서 사상 유례없이 매출액의 20%를 로열티로 제공하겠다고 계약한 것도 모두 무협의 가능성 때문이다.

# 전략·어드벤처·영웅 RPG ‘디오’
‘디오’는 정통 무협을 표방한 온라인 RPG게임이다. 하지만 기존 무협게임과는 다른 차이점도 많다. 우선 무공을 쌓아가는 수련과정이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에 전략적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무공은 여러 개의 초식으로 구성돼 있어 어느 수준까지의 초식을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같은 직업과 계열을 선택한 캐릭터라 해도 그 차이가 확실하다. 당연히 파티플레이를 할 때도 구성원 간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어드벤처 게임의 장점을 도입해 지루한 레벨업 중심의 롤플레잉 게임과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카르마’라는 독특한 컨셉이다.

“게임 맵을 이루고 있는 ‘카르마’는 24시간과 4계절이 구현돼 있습니다. 달이 두 개 뜨는 카르마, 1년내내 밤만 계속되어 요마가 들끓는 카르마, 하늘의 사다리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카르마 등 게임 속에 또 다른 게임이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도록 했습니다.
‘카르마’를 통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표현하기 힘든 다양하고 신기한 세계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게임을 꿈꾼다
오 실장이 만든 게임이 다른 어떤 게임 보다 안정적이고 밸런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석사 학위로 논문이 ‘옵티마이제이션(optimization) 최적화 알고리듬’이었다는 걸 알게되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도 게임 밸런싱을 조절하는 능력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획력을 꼽을 수 있다. 또 설립 초기부터 개발자들의 이탈이 전무할 정도로 탄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런 그가 현재 구상중인 차기작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를 앞둔 ‘디오’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처럼 기획력이 돋보이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정도.

“장르나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는 그런 게임을 구상중입니다.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도 기존 영역을 탈피하는 것이 필수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만든 2종의 RPG와는 다른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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