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 진짜 삶"
원초적 생명력의 건강함에 앵글 맞춘 마술적 사실주의




질풍노도의 청춘시절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단단한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혼돈스러운 삶의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해도 문이 어디에 있는지 그 손잡이도 잡아볼 수 없다. 특히 도덕적 질서를 강조하며 성적 억압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성적 즐거움이란 금기의 벽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험산준령을 모두 넘은 노년에는 어떤 인생의 지혜를 갖게 될까.

‘나라야마 부시코’와 ‘우나기’로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번이나 받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된 인생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는 특히 원초적 생명력의 건강함을 중요시했는데 76살에 만든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에서는 ‘진실한 욕망을 야만시하는 요즘 인간들은 다 병자’라고 일갈하고 있다. ‘욕망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갑자기 망하면서 실직자가 된 중년의 요스케(야쿠쇼 코지 분). 부인은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재촉한다.
그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충실하게 지키며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회의한다. ‘새로울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진정한 자유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파란 텐트 속에서 죽어가던 노숙자는 자신이 금불상을 숨긴 시골의 붉은 다리 옆집을 찾아가 보라고 요스케에게 말한다.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보물을 찾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아간 요스케의 성적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처럼 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마술적 사실주의다.

우리가 합리적이며 이성적 사고로 접근한다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붉은 다리 옆의 과자 가게에서 요스케가 만난 여인 시에코는 성적 흥분을 느낄 때마다 몸속에 물이 차오르는 특이한 체질을 갖고 있다.
섹스로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녀의 몸에서 물이 빠져나와 주위를 흥건하게 적신다. 그 따뜻한 물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강으로 흘러 나가 물고기들을 불러 모은다.

더운 육지를 빠져나온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 그들이 위치해 있는 공간 자체가 명백한 성적 상징을 갖고 있다. 시에코의 몸에 물이 차오를 때마다 요스케는 마라톤 선수처럼 붉은 다리 옆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 격렬하게 섹스를 한다. 인생의 진정한 보물이란 무엇인가. 노감독은 따뜻한 코미디의 방법론을 통해 그것은 자유이며, 욕망에 충실한 삶이라고 말한다.

영화평론가·인하다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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