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게임 ‘모범 답안’을 만들다
 
3342만장 판매 대기록…이탈리아 배관공 ‘세계 마스코트’로 남아

한국에 발매된 콘솔 게임 중 가장 많은 장르는 무엇일까. 정답은 액션이다.
요즘들어 일부 게이머들은 액션 장르를 ‘단순한 게임’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액션 게임은 가장 게임의 원초적인 재미를 주는 장르이며 여러 형태로 발전하면서 게임 산업의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서 군림하고 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는 이런 액션 장르의 대명사이자, 장르 자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는 지금 처음 접하더라도 아주 쉽게 적응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주인공 슈퍼마리오는 악당 쿠파에게서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기본적으로는 오른쪽으로 달리면서 점프로 몬스터를 무찌르고, 블록을 부숴 이런저런 아이템을 얻는다. 마리오를 막는 적은 비단 쿠파의 부하인 몬스터들만은 아니다. 떨어지면 바로 ‘게임오버’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등의 험난한 지형도 무서운 적이다. 짧은 다리로 간신히 뛰어넘어가며 진행해야 한다. 이런 마리오를 돕는 것은 버섯 등의 몇 개 안 되는 아이템이다. 아이템을 먹으면 파워업해서 적들을 좀 더 쉽게 상대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악당 쿠파가 기다리고 있어 그를 무찌르면 공주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런 스토리와 게임방식은 게이머들이 무수히 보고 플레이해온 것이기 때문이다.‘슈퍼마리오 브라더즈’는 매년 쏟아지는 수많은 액션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를 처음 완성한 작품이다. 수많은 게임제작자들이 오늘날에도 “‘슈퍼마리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액션 게임은 없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니 말이다.

# 게임계의 마에스트로, 미야모토 시게루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를 세상에 선보인 사람은, 아니 ‘마리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미야모토 시게루(宮本 茂)’다. 그는 ‘미스터 닌텐도’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히트 메이커일 뿐 아니라, 수많은 게임제작자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을 만큼 게임의 완성도면에서도 인정받은 제작자이다. 대표작으로는 ‘슈퍼마리오’ 시리즈, ‘동키콩’ 시리즈, ‘젤다의 전설’ 시리즈 등이 있다.
그는 닌텐도에 처음 입사했을 때 마작의 라벨이나 카드의 밑글씨(원래 닌텐도는 흔히 말하는 ‘화투’의 제작회사로 출발했다), 게임센터용 ‘경찰관’의 케이스 디자인 등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았던 일종의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1981년 그가 만든 게임센터용 ‘동키콩’이 미국에서 ‘빅히트’를 치면서 게임개발자로 변신했다.
‘마리오’는 바로 이 게임에 등장한 주인공이었다. 사실 ‘마리오’는 처음에는 이름조차 없었다. 게임 제목도 악역이었던 고릴라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닌텐도 아메리카(NOA)의 스탭들이 이름 없는 그를 ‘마리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NOA 창고계의 ‘마리오’라는 이탈리아계 아저씨와 꼭 닮았다고 부친 애칭이었다.
이처럼 보잘 것 없던 ‘마리오’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최초의 콘솔게임기 닌텐도의 ‘패미콤’이 발매되면서 부터다. 미야모토는 ‘마리오’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첫 번째 작품인 ‘마리오 브라더즈’를 패미콤과 동시에 발매해 일본에서만 163만장이나 팔리는 성과를 냈다. 이 게임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즈’의 전신으로 사실상 ‘점프’와 ‘액션’이라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즈’의 골격 일부를 이미 완성시켰다.
그리고 1985년, 마침내 ‘슈퍼마리오 브라더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게임은 일본 내에서만 681만장, 그리고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총 3342만장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 당시 패미콤과 더불어 난립했던 수많은 불법복제팩에는 거의 반드시 이 타이틀이 포함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 게임을 즐긴 사람은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 세계적인 마스코트로 부상
배불뚝이에 콧수염, 배관공 혹은 목수라는 평범한 직종을 가진 이탈리아계 아저씨. ‘마리오’는 어쩌면 아주 평범한 캐릭터다. 하지만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라는 작품의 힘은 대단했다. 마리오라는 캐릭터는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뿐 아니라, 패미콤의 인지도를 대폭 상승시켜 패미콤의 전세계적인 초대형 히트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 결과로 당시 ‘패미콤 붐’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상 게임계에서 ‘게임기를 사게 만드는 힘을 가진 소프트’라는 의미의 ‘킬러소프트’라는 의미 자체가 이 ‘슈퍼마리오’와 ‘제비우스’로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마리오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장식했을 뿐 아니라 헐리우드에 입성, 영화화되기도 했다. 닌텐도는 이런 마리오의 힘을 적극 활용했을 뿐 아니라,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의 재기 넘치는 후속작들의 잇따른 성공과 다양한 장르에 마리오를 투입시키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게임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통하고 있다.

# 아이디어와 노력이 일궈낸 새로운 장르의 개발
한 작품이 이 정도의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다. 지금은 아주 일반적이 되어버린 것이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지만, 그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다. 한 장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함께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없다면 장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이 작품을 만들어낸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마를 치게 만드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수없이 낸 게임계의 아이디어 뱅크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즈’안에도 그런 아이디어가 수없이 산재해 있는데, 실례로 ‘숨겨진 스테이지’를 들 수 있다. 처음부터 플레이할 수 없는 숨겨진 캐릭터, 숨겨진 스테이지 등을 넣어 여러 번 플레이할 가치를 높이고 그런 존재를 찾는 추가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게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그것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즈’였다. 이런 신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들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를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선한 아이디어, 새로운 장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결국 게임이 아니라, 생소함과 불편함을 동반한 불쾌감 덩어리일 뿐이다. 분명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이고 재미있어야만 그 존재 가치를 갖는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점프라는 요소의 재미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레벨 디자인, 지하 세계, 나무 위, 성 등과 같은 다채로운 스테이지 구성, 누구든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손쉬운 조작성, 가끔은 자꾸 죽어서 화가 나지만 그래도 분명 깰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결코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절묘한 난이도, 다시 즐겨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숨겨진 요소 등. 게임의 재미를 찾기 위한 노력은 끝없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 북미에서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즈’와 흡사한 게임을 ‘플랫포머’(platformer: ‘단을 오른다’라는 의미로 점프의 재미를 잘 살린 액션 게임을 통칭)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인정할 정도로 비슷한 게임이 양산되고 있다.
흔히 파이오니아 정신은 그 어떤 분야에서든 반드시 필요하고, 어떤 산업 혹은 문화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극찬한다. 하지만 이런 개척 정신이 무조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즈’는 액션 게임의 모범답안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개척자 정신에서 비롯됐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광섭 월간 플레이스테이션 기자(dio@gamer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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