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나라 |
두어 해 전 월드사이버게임즈(WCG) 행사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중계를 맡았었다.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면 메이저 ‘e스포츠’ 종목으로 취급을 하지 않지만 해외의 흐름은 전혀 다르다. 특히 ‘카운터스트라이크’는 게임역사상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인정받으면서 일찌감치 한국에서의 ‘스타크래프트’ 열풍 이상 가는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열린 경기장에는 한국 팬들 보다 외국 선수들과 외국 팬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러시아와 캐나다 팀의 준결승전에서 깜짝 놀랄 사건이 벌어졌다. 엎치락 뒤치락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는 후반전 9라운드에 한 러시아 선수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캐나다의 승리로 돌아갔다. 승패를 떠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친 양 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한순간 러시아 팀 진영에 고성과 함께 거친 분위기가 연출됐다. 패배가 아쉬워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잠시후, 러시아 선수들이 실수를 저지른 동료 선수를 화장실로 끌고 가 린치를 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행사 진행요원의 제지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같은 팀 동료끼리 저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연을 듣고 보니 이랬다. 러시아는 일찌감치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 했단다. 그래서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이 면제되고 연금을 받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양이다.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처해온 한국의 e스포츠 문화에 깊숙이 관계하고 있는 나도 그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땐 그랬다. 세계가 넓으니 별의 별 일이 다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러시아처럼 e스포츠를 공인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중국이 e스포츠를 자국의 99번째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공인 했다. 우리처럼 민간차원에서 방송국이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체육부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4월부터 열린다. 전국적인 자격 선발경기를 치러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직업전자체육경기’ 선수 자격증을 준다. 중국 내 8개 성을 연고로 한 프로팀도 창단을 할 계획이다. 대표 종목은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란다. 바야흐로 e스포츠가 인정 받는 시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격 프로게임리그를 만들어낸 나라에 살고있는 우리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않는가? |
게임캐스터 정일훈(nouncer@freechal,com) |
- 기자명 게임캐스터 정일훈
- 입력 2004.04.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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