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을 vs 조규남
 
“김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벌써 예전에 프로포즈 했다가 퇴짜 맞았어요.”
프로게임단 감독으로는 홍일점인 김가을(27) 삼성전자칸 감독과 슈마GO의 조규남(34) 감독. 김가을 감독이 국내 최대 기업의 프로게임단을 맏고 있는 여장부라면 조규남 감독은 스타 제조기로 불리울만큼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장이다. 잘나가는 이들 처녀 총각 이 지난 7일 강남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만나자 마자 김감독을 두고 던지는 조감독의 농담도 예사롭지 않다.

#감독과 선수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지금은 두사람 모두 프로게임단을 이끌며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불과 2년 6개월 전만 해도 이들은 감독과 선수의 입장이었다. 지난 2001년 조규남 감독이 게임아이의 게임단 ‘이노츠’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김가을 감독은 ‘저그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각종 대회를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최고의 여전사였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는 조감독을 꼬박꼬박 ‘감독님’이라고 부르던 김가을 감독도 불쑥불쑥 ‘오빠’라는 호칭을 썼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데도 가끔 이래요”라며 얼굴을 붉히는 그녀는 “습관은 어쩔 수 없나봐요”라고 얼버무린다.
그런만큼 두사람의 사이가 각별하다는 의미일 터. 사실 이날 두사람은 만남의 장소에도 청바지에 점퍼차림으로 나타날 정도로 스스럼이 없었다. 그래도 처녀 총각인데 이렇게 무덤덤하다니, 쩝!
 조감독은 “선수시절에는 한마디로 톱이었어요. 경쟁상대가 별로 없었죠.특히 자기관리를 너무 잘해서 신경을 써줘야할 부분이 없었어요”라며 김감독의 선수시절에 대한 칭찬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여자의 벽을 넘어섰죠. 학교를 다니면서도 남자선수들도 종종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갖췄어요. 연봉도 당시에 2000만원이 넘었으니 최고였죠."
그러더니 “그랬던 ‘저그여왕’ 김가을이 어느덧 어엿한 감독으로 훌쩍 성장한 느낌”이라며 감독으로서의 그녀를 평하는 것으로 은근 슬쩍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같은 그의 평에는 그녀가 삼성전자칸팀의 연습 환경을 대폭 바꿔놓은 데 대한 뿌듯함이 담겨있었다.
실제로 김감독은 처음 부임할 당시만해도 안암동에 있는 PC방겸 보드게임방을 겸하고 있는 카페의 한쪽 귀퉁이에 있던 팀 연습실을 연습실 규모만 30평에 달하는 전용 연습장으로 바꿔 놓았다. 위치도 대회가 주로 열리는 삼성동에서 가까운 압구정동이다. 또 최근에는 고참 선수인 최인규와 김근백을 영입, 주전 선수층을 두텁게하는 성과도 올렸다.

#오빠 고마워∼
“선수들이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대회만 나가면 주눅이 들어요. 고참선수가 있으면 변하겠다는 생각에 규남이 오빠에게 부탁을 했죠. 아무 조건 없이 선뜻 들어준 오빠에게 감사해요.” 그때서야 김감독은 화가 풀린 듯 조용히 말문을 연다.
사실 김감독과 조감독은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타리그 예선전 시드까지도 주고 받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조감독이 주로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라 김감독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도 대단했다.
“규남이 오빠에게는 배울점이 아주 많아요. 선수들에게 간섭도 별로 안하고 자율에 맡기면서도 스스로 연습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키워주는 능력이 탁월해요.”
 김 각독은 또 조 감독에 대해 “특히 인내심이 대단해요. 저는 화가나면 주체를 못하고 터뜨리는데 오빠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아요."라며 선수들이 조 감독을 믿고 따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감독은 항상 투터운 선수층을 유지하는 조감독의 선수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감독이 이끄는 슈마GO팀은 최근 대들보인 강민 선수를 KTF매직앤스팀으로 이적시키고도 팀리그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e스포츠 발전이 우선
분위기가 너무 건설적이다 싶어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두 사람은 드디어 쿵짝이 맞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팀 선수들 자랑이 대부분이다.
특히 오는 18일 열리는 ‘인텔 베스트커플전’ 우승 커플을 화제로 올리자 김감독은 자기 팀에 있는 김영미선수 커플을, 조감독은 자신이 키워온 강민을 지지하며 우승을 장담한다. 투철한 직업정신이 발동했나보다.
“영미는 저그 유저지만 팀플에서는 프로토스도 잘해요, 홍진호도 마찬가지라 커플전은 당연히 영미팀이 유리해요. 또 영미는 현역인만큼 혜영이와의 개인전도 승산이 높다구요.” “요즘 강민의 상승세가 장난이 아니지. 더구나 맵도 프로토스에 유리하고….”
그렇지만 설전을 벌이던 이들도 경기 맵과 선수들의 컨디션 및 요즘 상황 등을 종합한 결과, 경기가 마지막 남자선수들 간의 대결까지 가면 강민 커플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김감독은 선수출신답게 선수들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처해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해줘야할 역할은 더욱 크죠. e스포츠 발전에 앞장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기업 관계자들이 게임리그를 바라보는 인식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교량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헤어질 시간이 되자 조감독은 선배 감독으로서의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연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던 김감독도 “같은 팀에 있을 때는 여자선수들도 연습장에서 합숙을 하는 분위기라 한 식구같았는데 요즘은 팀리그 대회장이나 감독들 모임이 있을 때가 아니면 만나기가 힘들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한 뒤 마중 나온 선수들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프로리그 무대에서 만나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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