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나이들로 똘똘 뭉친 스타리그의 '삼성 라이온스'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빛이 나는 팀’, 두드러진 성적이나 눈에 띠는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프로리그에서 ‘꼭 있어야만 할 것 같은 팀’이 바로 ‘한빛스타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어머니 같은 팀이라고나 할까.
‘한빛스타즈’는 1호 프로팀이라는 명예가 항상 따라다닌다.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들여와 ‘대박’을 터트린 한빛소프트가 지원하는 팀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저조한 성적을 보인 때가 없었다”는 이재균 감독(30)의 말처럼 최근 ‘한빛스타즈’의 성적은 바닥이다. 알려진 대로 박용욱, 변길섭, 박정석 등 A급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팀 분위기 속에 선수별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팀웍이 흐트러진 것도 저조한 성적을 낸 이유다. e스포츠 시즌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앞두고 한창 활기에 넘쳐할 때이지만 이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 팀은 프로게이머 사관학교로 불립니다. 아직까지 주장 강도경과 김동수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후배를 이끌고 있습니다. 새로 충원한 신예 선수들의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특이하게도 한빛스타즈의 감독과 선수 전원은 경상도 출신이다. “경상도 사나이들이 가진 특유의 뚝심과 정으로 뭉친 단결력이 빛을 발할 때가 많다”고 이 감독은 귀뜸했다.
남들이 들으면 의아해 하겠지만 한빛스타즈는 올해 스타리그에 그리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주전멤버 중 절반이 신예들로 채워졌고 이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못해도 6개월 정도는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라게 이 감독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매 시합마다 다른 팀의 승리의 제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서 빨리 신인들의 실력을 키워야지요. 그렇다고 빠른 시간에 임요환 처럼 되겠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차분하게 실력을 쌓아나갈 때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고 자랑스런 ‘한빛스타즈’ 선수가 될 것입니다.”
성적에 대한 기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쟁쟁한 선수를 보유한 막강 전력의 구단이 여럿 있지만 항상 4강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외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팀이 또한 ‘한빛스타즈’다.

강도경(23) : 개인리그나 팀리그나 주장으로서 후배 선수는 물론 팀 전체를 잘 리드해야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안돼 안타깝다. 무엇보다 팀원이나 팀의 승리보다는 팀원끼리 화합하고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나 뿐 아니라 후배들이 기억해줬으면 한다.

박경락(20) :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정말 할말이 없다. 대회에 나가면 여러 가지 잡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곧잘 나만의 게임스타일이 무너져 패배로 이어지고는 했다. 앞으로는 차별화된 게임 운영스타일을 만들어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

나도현(21) :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번에는 결승전까지 올라갈 것이다. 대회 때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진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것을 고치고 연습 때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전술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대회 경험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부지런히 참여하겠다.

박영훈(20) : 신인이지만 챌린지 리그에 올라가 자랑스럽다. 열심히 할 것이다. 떨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하고 연습 때 만큼만 실력을 발휘하면 계속해서 좋은 성적 나올 것이다. 자신있다.

김선기(22) : 챌린지 리그 마지막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 너무너무 아쉽다. 마지막에 한순간 방심한 것이 실수다. 막판에 흔들렸다. 할말없다.

박영민(19) : 두세번 기회가 왔었는데 좋은 성적을 못냈다. 앞으로는 기회가 오면 꼭 잡겠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다. 지난번 팀플전은 잘해서 3위까지 올라갔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팀은 가족같은 분위기가 캡이다.

조형근(20) : 학교 다니다가 프로게이머의 꿈을 버리지 못해 다시 이 세계로 복귀했다. 군대가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승을 거둬 평생 성적으로 남기고 싶다.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