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모르는 '앗싸고' 인생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개척자’ 권오형 오픈타운사장(43)이 다시 ‘갬블판’으로 돌아왔다. 98년 잘 나가던 벤처 임원자리을 내놓고 카지노게임 업체를 창업하며 벤처드림을 꿈꾸다 수업료만 톡톡히 내는 아픈 상처를 뒤로한 채 잠시 모바일게임에 ‘외도’했던 그가 다시 신개념 고스톱 포털 ‘앗싸고’(www.assago.net)를 들고 재기에 나선 것. 돌이켜보면 지난 6년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늘 의도는 좋았지만 번번히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렇다고 결코 다 잃은 것은 아니다. 얻은 것도 많다. 무엇보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내공’이 많이 쌓였다. ‘앗싸고’는 바로 그의 내공이 녹아든 작품이다. 권 사장은 스스로 "고스톱에 ‘올인’했다"고 표현했다. ‘앗싸고’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다.

벤처판에 뛰어든 뒤 권사장이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온 키워드는 ‘어덜트’(성인용), ‘엔터테인먼트’(오락), ‘갬블’(도박)이다. 카지노게임 개발에서 출발해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오픈하고 모바일 콘텐츠사업을 거쳐 ‘앗싸고’를 들고 나오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그이지만,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는 인터넷에 입문하는 유저들을 오래 묶어들 수 있는 끈이 ‘섹스’ ‘도박’ ‘게임’이라는 소신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변신을 즐겨한다. 창업 이후 매 3년 주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변신을 계속했다. 창업 3년 후인 2001년 모바일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앗싸고’로 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뼈아픈 기억
 
매우 의욕적이고 거창한 뜻을 품은 출발이었다. 사이버상으로 카지노 게임을 개발해 운영하면 전 세계인들이 라스베가스를 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갬블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돈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군다나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면 많은 외화를 벌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벤처붐이 절정에 달했던 99년엔 적지않은 펀딩을 통해 자금을 확보, 엔터테인먼트 포털까지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기쁨도 잠시,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는 비지니스 모델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을 정점으로 벤처거품이 빠지면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1 벤처대란이 일어났고 우리도 직격탄을 맞았지요. 자금 압박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으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인사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직원들이 회사경영의 참뜻과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주의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 벤처드림을 을 꿈 꾸었던 그에겐 창업이후 처음 느끼는 좌절이었다.
 
‘모바일’, 미완의 승부수
 
카지노 게임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신 권 사장은 고심하던 끝에 모바일에 승부수를 던졌다. 공짜의식에 팽배했던 유선쪽과 달리 무선쪽은 유료화가 유리하고, 앞으로 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이란 확신이 섰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카지노게임 때도 그랬듯이 모바일 역시 비지니스 론칭 타이밍이 너무 빨랐던 것일까. 생각만큼 시장이 열려주질 않았다.권 사장은 "당시만해도 무선인터넷의 태동기로 흑백 WAP브라우저 게임에서 매출을 창출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회고했다. 두번째 아픔이었다.
그러나,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몇차례 고비를 겪은 권 사장은 값진 교훈을 얻었다.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터득한 것.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그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운을 남겼다.
 
‘앗싸고’, 새로운 도전
 
아직 ‘한’(恨)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이젠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어쨋든 그는 다시 갬블시장으로 돌아왔다. 뭘 모르던(?) 시절 카지노게임을 들고나왔을 때 보다 훨씬 당당하다. 1일 오픈한 ‘앗싸고’가 궁금해졌다. "한 마디로 철저한 성인 유저 중심의 커뮤니티형 고스톱게임 포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맞고에 커플, 명품, 애완동물 등을 테마로 하는 로열티높은 커뮤니티를 형성,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고스톱은 ‘도박’ ‘사행심’이란 핸디캡이 강한 분야인데도 나름대로 분명한 명분도 내세웠다. "고스톱은 이제 범 국민적 보드게임입니다. 일부 도박꾼들이 문제지요.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중 고스톱만큼 저변이 넓고 온라인게임화된 게 어디 있습니까. 굳이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는 걸 내세우지 않더라도 순기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히려 건전한 놀이문화로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성인들이 게임판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그의 목표가 궁금했다. "고스톱게임이 수 백개가 나와 있지만, ‘앗싸고’ 같은 포털은 없다고 자부하는 만큼 성공을 자신합니다. 잘 해서 지금처럼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대표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종합 멀티미디어 콘텐츠 미디어그룹을 만드는게 꿈입니다. 그의 말대로 ‘앗싸고’에 ‘올인’한 새로운 도전의 결과가 기대된다.
 
이중배기자(jblee@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