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각 나라의 문화는 모두가 다르다. 그리고 어느 것이 더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획일적인 잣대로 잴수 수도 없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인류는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의 빈부를 떠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까지 당신이 동감한다면 휴머니스트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 휴머니즘은 모든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을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한 문화가 다른 나라에 진출해서 자리 잡기까지는 엄청난 진통이 따른다. 이민 1세대를 떠올리면 엄청난 노고와 눈물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이민자들 중에는 그 나라 지도자나 메인 스트림에 편입된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이나 일본은 세계 어디에서나 정치 경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말이다.
2002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일화다. 정통부의 지원으로 단기 최고경영자 수업을 받았는데, 교수들이 지난 10여년간 IT산업을 이끈 기업을 연구한 케이스 스터디를 교재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의아했던 것은 삼성, LG등 해외에 가면 빠지지 않고 보이는 거대한 광고판 속의 국내 글로벌 기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는 왜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본 기업으로는 NTT, 세븐일레븐, 심지어 대만기업인 ACER도 있었는데 말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MBA가 어떤 과정인가. 미래 미국 경제의 재원이 공부하는 곳, 또한 미국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들이 발표되는 곳이 아닌가. 여기서 한국 IT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가 연구된다면 한국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업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 스탠포드 교수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물론 그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놀라운 변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 결과 이기도 했지만, 본인이 만들었던 온라인게임회사와 국내 1위 게임회사를 묶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해 보겠다고 제안 받은 것이다. 그러나 본인 개인 신상 변화로 이 제안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실현되었다면 한국기업으로는 온라인게임 회사가 최초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구되었을 뻔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화 글로벌화를 표방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데는 너무 표면적 부분에만 집착하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문화를 잘 알고 다른 문화권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들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의 부재 말이다.
개인적 능력에는 탁월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성공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든 원인은 무엇일까. 본인은 이것을 개인적 성급함과 부의 축적이 짧은 한국의 역사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이미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만연하다. 규모가 크건 작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성숙할 때까지 좀더 인내하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척박함 속에서도 빛을 내는 인재의 싹을 자르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글로벌 경쟁력은 미래를 차근차근하게 준비하는 ‘대기만성형 맨파워’에 달렸다.
 
이젠 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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