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게임, 현실을 뛰어 넘다
스포츠 게임, 현실을 뛰어 넘다
  • 임동식기자
  • 승인 2004.04.0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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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리얼리티에 창조적 플레이 가미
 
"풍향과 미세한 퍼팅 라인까지 고려한 플레이 구성이 어쩌면 이렇게 실제 골프와 비슷한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최근 비디오용 골프 게임을 접해본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스포츠 게임은 한마디로 ‘실전 그 이상’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축구, 야구, 농구 등 대표적인 스포츠를 비롯해 미식축구, 골프, 스키 등 종목의 다양화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니다. 마니아가 있고 대중화된 스포츠가 아니라해도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대결과 승패 구조가 있는 스포츠라면 무엇이든 게임으로도 가능하다.
그동안 스포츠 게임마니아의 관심은 얼마만큼 ‘리얼하느냐’ 하는 것에 있었다. 게임 제작사는 실제 스포츠와 가장 유사하도록 게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한 단계 더 진보했다. 강화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게이머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대로 플레이를 펼쳐 보일 수 있게 됐다. 기본적인 스포츠 플레이 이외의 기능도 추가됐다. 원하는 스타일에 경기력을 갖춘 선수를 창조하고 드래프트와 스카웃을 통해 내가 원하는 구단을 만들어 운영해보는 맛도 볼 수 있다. 물론 재미도 더하다.
 
‘MVP베이스볼’과 ‘위닝일레븐’
 
4월 중순에 나올 ‘MVP베이스볼 2004’를 살펴보자. 플레이어 콘트롤 기능을 대폭 강화해 기존의 배팅, 피칭, 수비, 주루플레이의 세밀한 부분까지 조종이 가능해졌다. 특히 펜스를 겨냥한 풀스윙이나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파울쳐내기까지 새로운 배팅 콘트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타격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펜스를 이용한 홈런성 타구의 캐치, 태그를 피하는 교묘한 슬라이딩, 홈플레이트를 커버하는 포수에 돌진 등. EA코리아는 "가장 혁신적이고 사실적인 야구경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게임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위닝일레븐’은 축구 스타 이천수와 박지성이 어디를 가든 게임기를 휴대하고 다니며 수시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인기를 짐작하고 남는다. 실제 비디오 게임방에서 ‘위닝일레븐’류의 축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반응은 축구장에서 볼 수 있는 붉은 악마의 열기 이상이다. 현란한 드리블과 정교한 패스에 이어 골인에 성공했을 때 나오는 함성은 게임방이 떠나갈 듯하다. "단지 축구를 잘하는 것만 알고 있던 지단과 베컴이 실제로 뭘 어떻게 잘하는지 게임을 통해 새로 알게 됐다"는 대학생 허성호 씨(20)는 최근 축구에 이어 야구와 골프게임까지 즐기는 스포츠 게임 마니아가 됐다.
 
내가 만들고, 내가 운영하는 구단
 
동종의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FIFA 2004’의 새로운 커리어 모드는 스포츠 게임의 발전 양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순 플레이에서 벗어나 게이머는 하위 리그를 지휘하며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이를 통해 결국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게임 내의 액션도 전보다 훨씬 세밀한 선수 디테일과 조작성을 보여준다. 사실적인 환경과 토탈 리얼리즘, 세계의 최강의 구단을 내 손으로 지휘해 우승으로 이끌어 가는 묘미는 스포츠 게임이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선수들의 움직임,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까지 함께 조종해야 하는 역할의 재미, 태클 요청, 몸 싸움, 마커 따돌리기…, 등 다양한 전술은 아트사커가 아닌 아트 게임의 진수다. 선수 매니저가 되어 자신만의 팀을 결성하고 지능적인 전략과 지도력으로 챔피언쉽 자리까지 올려보자.
‘NBA라이브’ 시리즈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의 묘미를 다시 한번 게임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더블팀, 스크린, 픽앤롤 플레이 등은 맡은 선수별로 역할에 충실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농구 전술이다. 또한 포스트업, 크로스오버 드리블, 훼이크 동작 등 개인 전술은 가끔씩 실전에서 볼 수 있지만 게임으로 응용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세심한 기술이다.
이처럼 스포츠게임에 등장하는 기술과 유명 스타의 특성에 맞춘 플레이, 이를 통한 게임의 진행은 실전 느낌 그 이상이다. 앙리와 지단의 드리블과 패스 스타일이 전혀 다르고 타이거 우즈와 존 델리의 개성넘친 플레이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각각의 선수가 가진 플레이의 특성에 게이머는 가상의 효과를 집어 넣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
 
낮에는 필드에서 밤에는 사이버 세상에서
 
온라인 게임 ‘더골프’와 ‘샷온라인’은 실제 코스를 배경으로 한 덕택에 골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게임 도중 채팅으로 코스별 클럽 선택이나 공략 방법을 교류하는 등 전략을 세우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오전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라운딩을 하고, 저녁에는 게임 속에서 라운딩을 하며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비디오 게임 ‘타이거 우즈 PGA투어 2004’는 타이거 우즈가 주인공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플레이어로 타이거 우즈, 비제이 싱, 저스틴 레너드와 겨뤄볼 수 있다. 물론 타이거 우즈를 능가하는 기량과 성적을 내는 플레이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축구선수에게 축구 게임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게임 할 시간에 땀 한 방울 더 흘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그러나 직접 게임을 경험한 선수들은 다르다. 앞서 나온 이천수나 박지성 외에도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축구, 농구, 야구 선수들이 스포츠 게임의 매력에 하나 둘 눈떠가고 있다.
2년 경력에 보기플레이어(90타) 수준까지 이른 한 아마추어 골프 마니아는 "직접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효과도 크지만 무엇보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가상의 세계 속에서 라운드를 해봄으로써 얻는 정신적 이미지 효과는 연습장에서 땀흘리며 연습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포츠 게임은 논픽션
 
스포츠 게임은 국경이 없다. 알다시피 만국이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즐기는 게임이 스포츠다. 그리고 스포츠처럼 스포츠 게임이 가진 매력은 ‘승리를 얻기 위한 치열한 육체적 정신적 경쟁’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 마니아는 실제로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인터넷 ‘MVP베이스볼’ 동호회 회원은 9000명이 넘는다. 99% 이상이 남자이고 연령층은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가 주류다. 이중에서 야구나 축구 등 오프라인의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관중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스포츠 게임 마니아는 분명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관심이 많은, 즉 스포츠가 갖는 사실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스포츠 게임은 다른 게임과 달리 허구나 상상력을 토대로 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종목과 선수, 규정 등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아직까지 비디오 게임이 주종인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은 그래픽과 사운드 면에서는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하다.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다만 한가지 지적한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한 게임성 부족 때문에 아직까지 스포츠 게임 마니아의 욕구를 100% 채워주지는 못하고 있는 생각이다.
<TV유니온 PD 홍진석 boxsters@hanmail.net>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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