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상대 집단 소송 움직임
 
게임사의 불공정 약관에 울분을 토하는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많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는 게임약관이 유저들의 편의 보다는 게임사의 책임 회피를 위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해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들을 마치 죄인 다루듯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오랜 기간을 두고 캐릭터를 육성하고 좋은 아이템을 갖춰나가는 게임이다 보니 고레벨의 캐릭터를 키워온 유저라면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되면 온라인게임사들의 횡포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게임사에 선처를 호소하거나 홈페이지나 관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리는 정도다.
 
화난 온라인게임 유저
 
그러나 약하게만 보이던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하반기에 ‘리니지’ 유저들이 다음카페에 개설한 카페 ‘안티엔씨’다. 이들은 피해사례를 모아 공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에 나선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아예 게임사 앞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발전을 도모하고, 비합리적인 게임사의 운영정책을 고발해 바로 잡자는 취지로 ‘온라인 소비자 연대’ 결성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철저한 준비작업을 통해 비영리 법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달 25일 정보통신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낸 이 단체는 게임사의 불공정약관 및 계정제재건을 대상으로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관련 온라인소비자연대의 전현 대표는 "아직 온라인게임 관련 법이 없는 상태라 약관이 대신하고 있다. 물론 운영원칙은 있어야 하겠지만 유저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법인등기를 마치는 대로 게임사에 요구사항과 소송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달말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싫으면 접으라는 식의 고압적인 게임약관이 문제
 
‘리니지’ 유저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게임사의 약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유저들이 가장 분개하는 조항은 "회사는 약관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이용자는 약관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탈퇴하면 된다"는 내용의 제2조(약관의 효력과 변경) 2항과 3항이다. 이는 곧 ‘싫으면 게임을 접어라’는 것이라는지적이다 .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은 오랜기간을 이어서 하는 게임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고 고급 아이템을 장만해 나가며 만족감을 얻는다. 그런데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게임을 접으라니? 유저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못해 분통이 터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비스 이용 및 제한, 중지’를 명시한 부분은 더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운영에 일관성이 없고 공정성도 담보하지 못한 채 편한대로 같다 붙이는 약관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비스 이용의 제한을 담은 제17조에는 ‘이용자가 의무조항을 어길 경우 회사는 해당 이용자의 계정이용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조항과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사이의 문제에 대해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함께 들어 있다. 어느 때는 ‘다른 이용자를 희롱하거나,위협하거나,특정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거나,불편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용자 의무조항을 들어 해당 이용자의 계정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어느 때는 ‘유저간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며 발뺌을 한다. 아마 대부분의 유저들이 진정을 넣었을 때 받는 답변 내용일 것이다.
해킹이나 사기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경우 유저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다. 계정에 대한 제재와도 일맥상통하는 이 문제는 유저들이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현 대표는 "유저가 겪는 불이익에 대한 보상이나 복구조치가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약관 제13조 1항을 보면 분명 ‘회사는 이용자로부터 제기되는 의견이나 불만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즉시 처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실례로 해킹을 당한 유저는 해킹신고를 하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계정이 정지된다. 해킹당한 아이템을 잠시라도 넘겨 받은 유저도 마찬가지로 계정이 정지된다. 짧으면 보름에서 길면 몇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킹당한 아이템을 되찾을 수 있다면 아주 해피한 케이스다. 아이템이 도중에 사라져 버리거나 찾을 수 없게 되면 복구조치도 받지 못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이래 저래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게임사가 유저 입장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신속하게 로그 조사를 실시해 아이템 이동경로와 현재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임에도 게임사에서는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분이다.
 
유저는 책임만, 회사는 권리만
 
‘프로그램 상의 버그를 악용하는 행위’를 금지한 이용자 의무조항도 불만 대상이다. 버그는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게임사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다. 그럼에도 게임사측에서는 유저가 버그를 이용하면 제재를 가한다. 무슨 속셈인가? 게임사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이로 인해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면 게임사가 원위치로 되돌려 주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그럼에도 게임사는 모든 책임을 유저에게 떠넘긴채 권리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버그를 발견한 유저가 신고라도 하려하면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황당하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기가 일쑤다. 이는 관련 게임 사이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유저들의 불만사항이다.
이밖에도 ‘랙을 비롯해 회사가 명백히 인지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한 아이템 분실 및 경험치 손실은 회사에서 책임지지 않는다’거나 ‘이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의 중지·이용장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등 책임 회피를 위한 약관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론 유저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계정 제재를 받은 이유 가운데는 ‘아이템 현금거래’와 연관된 사건이 많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 소비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소비자의 권익만을 요구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미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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