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 어린이용' 등식은 이미 파괴
완벽한 스토리에 매료 마니아들 급증
 
인류는 근원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도 아마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인류가 ‘움직이는 그림’ ‘살아있는 그림’에 무한히 도전해왔다는 것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시작으로 여러곳에서 그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 하이테크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애니메이션은 3D 그래픽기술과 고화질·돌비사운드의 DVD기술의 결합으로 인해 진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현실의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한 환상적인 비쥬얼의 3D 애니메이션이 최근 각광받으며 확실한 마니아층을 갖는 영화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바닷속 세계를 완벽히 재현하는데 성공한 수작으로 분류되는 ‘니모를 찾아서’(감독 앤드류 스탠튼)는 현 3D 애니메이션 기술수준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표선수’.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꿈꾸는 픽사 스튜디오가 약 4년 간 공들여 만들었다. 미국에선 DVD로 출시돼 첫날에만 800만장이 팔리는 대박을 터트렸던 작품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있다. 소심한 아빠 물고기가 잃어버린 아들 ‘니모’을 찾아 바닷속 삼만리의 여행이 나선 끝에 바다의 영웅이 되는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애니메이션인지 실사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사실적으로 묘사된 바닷속 풍경이 가히 압권이다.
아카데미를 석권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지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후속작 ‘고양이의 보은’(감독 모리타 히로유키)은 특이한 소재가 돋보이는 히트작이다. 헐리우드판 액션 대작이 판치는 DVD시장에서 소녀풍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짜임새있는 스토리가 어우러져 겨울방학 특수 이후에도 인기를 누리는 등 ‘스테디 셀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연히 고양이 나라 왕자를 구해주게 된 여고생 소녀가 고양이 나라에 초대를 받아 모험을 벌이게 되는 내용의 판타지물이지만, 군데군데 코믹적인 분위기가 재미를 더한다. 95년 제작된 ‘귀를 기울이면’의 자매작품이며 신예 모리타감독이 메가본을 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82년부터 일본의 월간 만화잡지 ‘아니메쥬’에 연재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씨가 자신의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Nausicaa of the Valley of Wind)도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한차원 높인 수작으로 꼽힌다. 세계야생생물기금의 후원을 받아 35㎜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역동적인 카메라 트래킹, 광대한 롱숏(long shot) 등의 영상과 히사이시 조가 담당한 세기말적인 중동풍 사운드가 돋보인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이를 극복하려는 자연과의 공존공생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낸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애니=어린이용’이란 등식을 깨려는 듯하다.
3년의 제작기간과 6000만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신밧드:7대양의 전설’(감독 팀존스, 패트릭 길모어)도 비록 흥행에는 참해했지만, 애니메이션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하는 작품.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다룬 드림웍스의 대표작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핸드 드로잉이 혼합된 애니메이션으로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신밧드의 목소리를 내는 등 수 많은 스타들을 성우로서 기용, 화제를 모았다. ‘시카고’로 오스카상을 안은 캐쓰린 제타-존스 등 상당수의 스타들이 목소리를 냈다. 감독을 맡은 길모어는 ‘알라딘’이란 비디오게임 제작사 출신이다.
지난 1973년에 첫 제작돼 30년만에 부활, 이달중 선보일 ‘판타스틱 플래닛’도 애니 마니아들의 기대를 부풀리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와 체코가 공동 제작하고 프랑스의 르네 랄루가 감독을 맡았다. 푸른 거인(트라그)이 지배하는 환상의 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SF 애니메이션으로 애니 강국, 미국 및 일본의 기존 애니메이션과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는 평이다.
 
이중배기자(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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