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자본은 비전을 원한다
 
한국같이 조그만 나라의 경제발전은 내수시장 말고 넓은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비단 제조업의 수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금융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코스닥 및 주식거래소 시장이 커지기 위해선 해외자본의 유입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억지로 시장을 활성화 한다고 해서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에,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흔히 TV에서 자주 듣듯이 정치나 국가 리스크가 적어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해외 투자가들이 국내기업에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시장의 부흥은 그동안 시큰둥했던 외국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몇몇 국내 업체는 전세계 온라인시장의 독보적인 존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게임을 다국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국내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몇 달전 유명한 해외은행의 투자 사업부 최고 책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한번 움직이는 금액은 5000억원 정도이고 한번도 한국 코스닥시장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근 인터넷 업체의 실적호전과 미래 비전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국의 게임시장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 왜 게임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지, 그리고 온라인게임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듣기를 원했다. 그들은 직업상 다양한 산업분야를 이해하고 있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이 때문에 비록 생소한 산업분야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설명을 통해 온라인게임의 비전을 재빨리 습득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는 내내 아주 재미있어 했다.
필자가 2002년 일본에 한국 IT기업 설명회에 갔을 때 일본인들이 보인 반응도 비슷했다. 그때도 내가 온라인 게임에 대해 설명할 때 반응이 다른 IT쪽 기업 설명을 들을 때와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으니까. 산업의 특성을 설명할 때마다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산업은 확실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어쨌든 이런 해외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다는 것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긍정적인 일이다. 주가의 상승으로 그 여력이 국내시장에 재투자되는 투자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회에 한국 게임회사와 인터넷 회사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아주 열성적으로 설명을 했고, 그들을 코스닥 시장의 매력에 대해 한걸음 다가서게 했다는데 무척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과 마주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지개 빛의 거짓말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비전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들은 그런 정보를 얻기 위해 무척 애를 썼고,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 온라인 게임업체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일깨워줬다. 아무런 비전없이 해외자금을 들여오겠다는 자세가 얼마나 무모한 지 우리 게임업체들은 이제 심각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수영 이젠 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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