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심으로.." 각오다지며 '창세기전' 뛰어넘을 새 신화 쓴다
 
"‘창세기전’ 신화는 모두 잊었습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소프트맥스의 조영기(32) 이사는 국산 게임을 대표하는 개발자다. 하지만 최근 그의 모습을 보면 초보 개발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강한 도전의식이 먼저 느껴진다. 기자를 만나 처음 던진 이 다짐도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그의 각오를 표현한 것이다.
94년 소프트맥스 입사 후 ‘창세기전’ 시리즈 6편을 대히트시킨 그는 국산 PC게임의 살아있는 신화라해도 손색이 없다. 이렇다할 국산 게임이 없던 90년대 ‘창세기전’ 시리즈로 국산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최초로 열어 놓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차기작 ‘마그나카르타’가 버그 문제로 리콜 사태를 맞은 데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며 처음 선보인 ‘4LEAF’와 ‘테일즈 위버’도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이때문에 올 하반기 PS2용 타이틀 ‘마그나카르타 진혼의 성혼(가칭)’을 준비 중인 그는 와신상담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며 지난 과오를 세세히 복기하고 있다.
"톡톡한 수업료를 치렀습니다. 게임개발 10년 째를 맞은 만큼 지난 과거를 결산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수 있는 타이틀을 내놓겠습니다"

#골방에서 시작된 밀리언셀러의 꿈
조 이사가 게임 개발에 처음 나선 건 지난 93년. PC통신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호회를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멤버는 지금까지 소프트맥스에서 손을 맞추고 있는 최연규 실장과 ‘라그나로크’ 신화의 주역 김학규. 지금은 모두 국내 대표 개발자로 알려진 사람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김학규씨의 집 부근 골방에서 느려터진 컴퓨터를 부여잡고 게임을 만들었다. 모습은 초라했지만 조 이사는 이때부터 밀리언셀러를 만들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게임개발에 매진했다.
94년 2월 소프트맥스에 입사하며 아마추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본격 프로에 입문한 조 이사는 ‘리크니스’와 ‘스카이&리카’라는 액션 아케이드게임으로 기량을 다져나간다.
"당시 개발자들은 대부분 일본 콘솔, PC게임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 모든 개발자들의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통할 밀리언 셀러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 바로 ‘창세기전’. 당시 소프트맥스의 자금력과 개발력을 비춰볼 때 대형 RPG 게임을 만드는 것은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전의식에 뭉친 그들은 결국 사고를 쳤다. 당시 1만장만 팔려도 대박으로 평가받던 시절에 ‘창세기전’은 초도물량 3만장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외전 성격의 ‘서풍의 광시곡’을 내놓으며 10만장 돌파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시리즈를 6편을 모두 히트작으로 배출하며 신화를 만들어냈다.

#뼈아픈 좌절
2000년부터 국내 게임시장은 PC게임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큰 변화를 겪는다. ‘창세기전’으로 이미 확고한 위치를 다졌지만 조 이사도 변화를 강요받을 수 밖에 없었다. 차기작 ‘마그나카르타’와 온라인게임 ‘4LEAF’ ‘테일즈 위버’를 개발한 것도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코스닥 등록 후 실적발표를 위해 서둘러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잇따라 부작용을 초래했다. ‘마그나카르타’는 버그 문제로 초유의 리콜 사태를 야기시켰다. 야심작 ‘4LEAF’와 ‘테일즈 위버’도 온라인 게이머들의 차가운 반응에 직면했다. ‘창세기전’ 시리즈로 너무 오랜 동안 히트를 친 것이 오히려 조 이사를 비롯한 소프트맥스 식구들의 시야와 비전을 좁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했다. PC게임에 길들여진 개발자들은 쉽게 온라인 게임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게이머들의 성향이 변하고 있는 것도 쉽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프트맥스 내부에서는 웹게임 유저는 게이머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또 웹게임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습니다. 돌이켜볼 때 지나치게 마니아 중심의 유저에 치중한 것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
올해로 조 이사는 개발 인생 10년째를 맞았다.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다양한 파노라마를 체험했다. 그래서 이제는 지나온 1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PS2용 타이틀 ‘마그나카르타 진혼의 성혼(가칭)’은 과거 10년을 정리하는 작품이다. ‘일본 게임과 경쟁할 수 있는 타이틀 배출하자’는 소프트맥스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두 담아 내놓는 작품이다. 이와함께 미래 10년을 준비할 야심작도 준비중이다. 한 차례 아픈 경험을 겪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소프트맥스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아직 기획단계라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톡톡한 수업료를 치른 만큼 게이머들의 입맛을 제대로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을 내놓아 소프트맥스가 다시 리딩 컴퍼니로 자리잡도록 만드게 목표입니다."
차기작에 대한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친 조 이사는 후배 개발자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오랜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개발자가 되려면 프로그램, 기획,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리드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장 트렌드를 잘 읽고 이를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획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차근히 실력을 키워 나가는 개발자들이 하나둘 쌓여져야 우리나라의 게임산업도 한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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