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판에 부는 탄핵 후 폭풍
탄핵 직접 비판에서 게임 속 탄핵 소재까지
 
게임판에 미치는 탄핵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정치인에게 게임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등장했는가 하면 게임 이용자 간의 사이버상 탄핵 관련 집회와 토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는 능력 있는 게임 리더를 직접 선출하는 풍토가 생겼고, 반면 탐관형 리더는 바로 끌어 내리는 게임탄핵제도 확산되는 추세다.
 
정치인을 잡고 싶어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게이머가 소유한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몬스터. ‘리니지’나 ‘나이트 온라인’ 등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게이머는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최근 탄핵 바람을 타고 정치인을 몬스터로 만들어달라는 게이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가장 잡고 싶은 몬스터는 정치인이라고 아우성이다. 한발 더 나가 ‘고레벨 몬스터로 만들면 재미없으니 쉽게 잡을 수 있는 저급 몬스터로 해달라’ 제안까지 나온다.
정작 곤혹스러운 곳은 온라인 게임개발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고심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현실과 접목된 게임이 인기가 높고 특히 실존 인물을 게임 속 등장 캐릭터로 사용하면 더더욱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을 뿐이다.
정식 서비스 게임은 아니지만 이미 정치인을 사냥감으로 만든 플래시 게임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 카페에는 ‘국회 기생충 박멸 게임-193마리의 기생충을 잡아라!!!’라는 게임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만약 부패 정치인을 몬스터로 기용하고 부패 정도에 따라 능력치를 부여한다면 최고의 몬스터는 누가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 반대로 출발한 게임속 정치 바람
 
모바일 게임업체 이오리스(www.eolith.co.kr)는 탄핵 직후 바로 자사 모바일 게임 ‘퍼즐버블2’, ‘너구리’ 등을 다운로드 받을 때 휴대폰 상에 ‘정치인 다운로드 금지’라는 문구가 뜨도록 삽입했다. "탄핵소식을 들은 후 회사 내 분위기가 국회의원을 응징하자는 방향으로 모아져 바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이오리스 관계자는 설명했다.
엠게임(www.mgame.com)의 ‘네오다크세이버’에는 ‘대통령 응원아이템’이 최근 인기 급상승중이다. 지난해 설치했지만 정작 주목을 받은 것은 탄핵 바람 이후다. A3 유저들은 노대통령 탄핵 가결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벌였고 시알스페이스는 ‘디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을 벌였다. 다음달 총선거 때는 ‘선거를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게임 속에서 벌일 예정이다.
 
직접 반대에서 게임 속 탄핵 비유로 변화
 
직접 탄핵에 반대하거나 간접적으로 탄핵을 비꼬았던 게임 속 탄핵 열풍의 형태는 점차 탄핵 자체를 게임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실현해 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RPG게임 ‘군주’는 최근 군주 선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온라인 게임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이용자가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를 거쳐 군주를 선출하고 이 군주가 게임 세계의 시스템을 결정할 관리를 임명하며 민의를 수렴하는 경복궁을 개조하는 등 권한까지 갖는다. 선출 방식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출방식과 유사하다. 입후보자로 나서려면 일정 레벨과 추천인수는 물론 사이버머니로 된 선거 기탁금도 필요하다.
만약 군주가 14일 이상 접속하지 못하거나 군주 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이용자의 ‘탄핵조치’도 받을 수 있다. 인티즌 김태곤 이사는 “우리 게임이 정치적 요소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용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러한 집단 행동 역시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상비’는 최근 게임 속에서 ‘낙양성의 성주’라는 가상의 지도자를 내세워 탄핵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또 부패 정치인을 패러디한 ‘탐관오리’를 몬스터로 추가해 ‘탐관오리 잡기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군주’와 ‘그나라도 에스파다’ 탄핵 정국으로 인기 상한가
 
정치를 소재로 한 ‘군주’가 탄핵 열풍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유명 개발자 김학규씨가 만들고 있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달리 게임 개발사가 게이머에게 운영까지 맡기는 시스템은 마치 정치의 참여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만든다. 17세기 대모험 시대를 기반으로 그 중심에 있던 스페인과 에스파니아, 포르투갈 등의 3국을 모델로 만든 새로운 형식의 온라인 게임이다. 한번에 3명의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 등 몇가지 외에는 베일에 가려진 채 개발중이다.
인티즌이 개발한 ‘군주’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물품제조를 통한 상거래 및 주식거래, 선거를 통한 군주 선출과 마을별 독립된 정치제도를 바탕으로 한 경제 정치 온라인게임이다. 몬스터와의 전투로 레벨을 올리는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의 형식에서 탈피해 경제 시스템과 정치 요소를 게임 전반에 효과적으로 적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중앙대학교 경상학부의 수업교재로 채택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