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서포터즈, 온라인게임 명암 가른다
 
한국은 온라인게임 천국이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만도 수백종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수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명에 달할 것이다. 온라인게임사들이 밝힌 동시접속자수를 모두 더하면 100만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다양하다. 게임사마다 특색있는 게임을 내놓으려 애 써왔고, 유저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 돌고 돈다. 그러다보니 유저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만났을 때는 아주 강한 애착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들 유저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에 자신의 기대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해 게임을 분석해 미흡한 점을 찾아내고 심지어는 개선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온라인게임 유저들이다. 이들의 열정이 게임사의 관심과 만나 형성된 것이 ‘게임 서포터즈’다.
 
2002년 월드컵의 서포터즈 ‘붉은악마’ 영향이 컸다
 
현재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임 서포터즈로는 ‘주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운 서포터즈’가 있다.이들은 무협 온라인게임 ‘운(당시 명칭 운무)’ 홈페이지가 열리기 이전인 지난 2002년 7월부터 ‘운무 오!알지’라는 팬사이트를 만들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무명 게임개발사였던 SR코리아가 2002년 8월 ‘운’ 오픈베타서비스에 돌입하자마자 8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집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활약이 컷다.
"서포터즈 모두가 무협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예요. 풀 3D로 개발중인 무협게임이 있다는 얘기를 접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밀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죠. 2002년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붉은악마 서포터즈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초기부터 ‘운 서포터즈’로 활동해온 한민국(22)씨의 이야기다.
당시 ‘운무 오!알지’사이트(www.unmu.org)를 중심으로 모였던 무협게임 마니아들은 총 500명. 용·맹·정·진·운 이라는 5개 단체로 구성, 다음과 프리챌 등 인터넷 포털에 팬사이트를 개설해 활동해온 이들은 그해 12월 회원수가 1000명으로 늘어나면서 공식 명칭을 조선의 이두식 발음인 ‘쥬신’으로 바꾸었다.
이들의 활동은 게임을 즐기는 것. 다른 게임 유저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나타나는 문제점과 버그 등을 체크해 두었다가 이를 모아서 게임사에 제공하는 등 발전적인 건의사항을 전달하거나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초보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정도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입에서 입을 통해 전달되는 구전마케팅의 효과는 어느 분야에서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법. 이같은 서포터즈들의 활동은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운’을 동시접속자가 1만명 가까이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는 게임으로 성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그렇다고 게임사측에서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거나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기 서포터즈 단장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팬사이트 관리자 역할까지 하고 있는 한민국씨는 "지원이나 특별대우를 전제로 활동하지는 않아요. 다만 팬사이트 관리상 게임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는 정도예요"라며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변화를 자주 주고,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게임 지킴이 덕분에 활성화
 
‘운’ 이후 게임 서포터즈들이 활동하고 있는 게임의 종류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처음 클로즈드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면 많은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오픈베타 이후에는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면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기도 한다.
게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각은 한결같다.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면서도 유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멋대로 운영하는 게임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온라인게임 게시판을 돌아보면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애착이 강한 유저들이 많다. 이들은 때로는 욕설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게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전문가 뺨칠 정도로 수준 높은 유저들도 많다. 이들은 게임의 문제점을 세밀히 분석해 내고, 나아가서는 이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개발자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들의 정열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하다가 게임사의 반응이 없다 싶으면 ‘못할 게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버리는 것이 이들의 생리다. 그러다보니 게임 서포터즈들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게임의 명암이 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자발적인 의지로 게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유저인 ‘서포터즈’들이 등을 돌린 게임은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내리막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반대로 ‘운’의 경우처럼 서포터즈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리를 잡아가는 게임도 있다.
 
서포터즈는 중소 개발사들의 동반자
 
특히 이들 열성 유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터넷에 온라인게임 팬사이트가 속속 개설되면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저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각종 게임의 팬사이트를 통합하는 형태로 출범한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게임119(www.game119.net)’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 사이트는 유저들의 자발적으로 만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열성유저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리니지2’와 ‘WOW’ 정도의 완성도 높은 대작을 기대하기 힘든 중소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여건을 보거나, 이미 성숙할대로 성숙해 버린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안목과 기대치를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온라인게임의 미래는 이들 게임 서포터즈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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