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온라인게임 심의세부기준안' 공청회

용어선택,해석 싸고 가시돋힌 설전
골깊은 갈등만 재확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심의세부기준안 마련을 위해 개최한 공청회가 영등위와 업계간 각기 다른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나 향후 세부기준안 확정을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영등위가 지난 주말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 ‘온라인게임물 심의세부기준 관련 공청회’에서는 △패치신고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 영등위가 제시한 기본안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안마다 업체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데다 영등위 위원들도 조금씩 이견을 보여 앞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는 심의기준뿐 아니라 업체를 대하는 영등위의 권의적인 태도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까지 거론돼 업계의 영등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대로 표출됐다.
 
소비구조 VS 사행성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과 영등위 위원들은 용어의 선택에서부터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가장 쟁점이 된 유료화 모델인 아이템 판매의 경우 영등위는 ‘사행성’ 항목에 삽입해 강력한 규제의 뜻을 비친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템 판매는 ‘소비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맞섰다.
게임산업연합회 최승훈 국장은 "영등위는 콘텐츠의 내용을 심의하는 기관이지, 소비구조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해당 기관에서 단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측은 "사행성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더라도 아이템 판매가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게임내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소비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사행성의 넓은 범주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행정편의주의 VS 사전 예방
 
이날 공청회에는 모든 패치에 대해 15일 이내에 영등위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 신설을 놓고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업계의 주장과 "복잡한 재심의를 최소화하는 사전예방 차원"이라는 영등위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위즈게이트 김상기 팀장은 "온라인게임은 계속 패치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장하는 속성상 여러 게임을 가진 업체는 한 달에 250여회에 달하는 패치를 단행하기도 한다"며 "이를 모두 신고하라는 것은 패치를 하지 마라는 통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등위는 "패치 자진신고는 재심의를 받지 않아도 될 게임이 다시 심의대상에 오르는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후관리 등 영등위가 해야 할 일을 업체에 전가한다"며 거세게 반발, 향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호하다 VS 어쩔 수 없다
 
심의기준의 모호성도 쟁점이 됐다. 특히 폭력성, 선정성 등에서 ‘지나치게’ ‘과도하게’ 등의 표현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영등위 조명현 위원은 "게임마다 모두 특성이 다르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는 마당에 딱 잘라서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게임을 보고 심의위원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조윤식씨는 "모든 게임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판례집 정도는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일방통행이다 VS 수렴한다
 
향후 세부기준안 확정과정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렸다. 조명헌 위원은 "이번 공청회에 제기된 내용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후 공청회를 다시 개최하겠다는 언급이 없었던 점을 들어 "지난해도 그랬듯 이번 공청회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3인3색 영등위 심의위원
사행성 판단 기준 위원마다 견해 달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공청회를 마치고 나온 게임업계 관계자의 탄식이다. 3시간 가량 열띤 공방을 벌였지만 공청회 참가 당시 품었던 의구심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게임의 사행성 문제다. 영등위는 부분유료화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소비의식을 전달할 수 있다며 사행성 기준을 강화해 등급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행성의 정의에서부터 시작된 논란은 세부기준안에 대한 질의응답에서는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3명의 영등위 위원도 모두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사행성 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자로 나선 기윤실의 권장희 위원은 부분유료화가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준다면 게임 사용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권 위원은 "부분 유료화 게임이 청소년들의 아이템 구매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성인등급 결정을 내린것"이라며 "게임은 정액제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사회자로 나선 조명현 위원은 아이템 판매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권위원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 자체를 부정한 권 위원과 달리 조 위원은 "정액제 게임과 비슷한 수준에서 구매한도가 정해진다면 청소년 사용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택수 위원은 판매 아이템과 게임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쪽이다. 부분 유료화를 택했다고 성인등급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무기구와 방어구를 판매하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부분 유료화 자체가 모두 성인등급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무기구와 방어구를 판매하면 게임성 자체가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는 영등위가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3명의 위원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참가자들의 의구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못했다.
이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위원들 간에도 의견일치가 안되는 데 그동안 어떻게 등급 결정을 내린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공청회를 마치고 나온 업계 관계자는 자리를 떠나려는 한 심의 위원에게 다시 되물었다.
"부분유료화를 하면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는 건가요?"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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