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강국 표방하면서 사사건건 규제라니.." 반발 조짐
 
‘게임업체들이 무슨 동네북입니까.’ ‘세계 3대 게임강국을 표방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규제가 많아서야...’ ‘규제완화가 시대적인 조류인데, 이렇게 거꾸로 가도 되는 것입니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이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까지 나서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 제도를 들이되며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후심의를 본격 추진하자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표면적으로야 영등위가 ‘사전심사’를, 정통윤이 ‘사후심사’를 맡는 꼴이지만 영등위에서 한번 심의를 받은 것에 대해 다시 ‘철퇴’를 내리는 것은 지나친 ‘이중규제’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업계가 이중규제라고 항변하는 이유는 정통윤의 사후 심의기준이 선정성, 폭력성 등 영등위 사전 심의 기준을 근간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정통윤은 현재 사후심의 기준을 새로 만들고 있지만, 영등위의 심의기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정통윤은 ‘A3’에 대해 선정성과 폭력성을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린 전례가 있다. 현재 진행중인 ‘리니지2’ 역시 영등위로부터 18세등급을 받은 심의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인 기준 나이가 각기 달라 마케팅에 혼선을 빚을 것이란 점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영등위의 성인등급이 18세 이상인 반면, 정통윤은 성인기준을 19세로 잡고 있다. 즉, 열여덟살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영등위 심의기준으로는 ‘리니지2’를 할 수 있었으나,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으면 ‘리니지2’를 이용할 수 없게된다. 그야말로 ‘어느장단에 춤을 쳐야 할 지’ 혼란스러운 부분. 온라인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거의 같은 기준을 갖고 적용 나이가 다른 것 자체가 모순을 액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큰 문제는 영등위 사전심사에서 ‘15세등급’을 받은 게임이 정통윤으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이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플레이어킬링(PK)을 통한 아이템 드롭 등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삽입돼 있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이중규제 논란 차원을 넘어 국내 게임 심의시스템까지 무너뜨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어차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과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상 ‘사전심의’가 불가피하지만, 대표적인 유망 디지털 콘텐츠산업인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심의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와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영등위의 심의기준 강화로 게임업체들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또다시 정통윤이 사후심사를 들고나오는 저의를 모르겠다"면서 "게임은 이제 단순히 문화적 차원을 넘어 미래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사실에 대해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주무부처 입지 강화 노린 '파워게임'
 
정통윤이 이중규제란 논란을 감수하면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심의재개에 나선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통윤측은 자신들의 고유 업무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등위의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업무와 중복된다는 사실을 정통윤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2년 영등위 사전등급 분류 전면시행을 놓고 빚어진 문화부와 정통부의 영역다툼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견해가 팽배하다.
문화부는 그동안 영등위의 온라인게임 사전등급분류를 강행하면서 게임 주무부처로서 입지를 굳혀왔고, 정통부로서는 이에 대한 제동이 시급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여러 게임협회를 하나로 묶는 게임통합협회가 문화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통부로서는 정통윤을 내세워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윤 심의조정 3팀 장경식 팀장은 "이번 심의재개는 정통부와 아무런 상관없이 정통윤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며 "이중규제 논란은 정통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등위도 함께 걸린 문제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음비게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중배/장지영기자(jblee@etnews.co.kr/jyajang@e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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