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자서 게임업체 CEO로 변신
‘스타마케팅’ 등 새 바람 몰고온 주역
 
기자가 사업을 한다.
그것도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업체 CEO다. 잘 할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십중팔구 망한다."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극단적이다.
정작 기자들이 더 비관적이다. 줄줄이 고배를 마신 선배와 후배들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프리스톤 정민교 대표(41). 그는 14년간 일간지 기자로 활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프리스톤 이사로 영입됐다. 지난달에는 신임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됐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인사하는 각도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만나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기자시절 습성을 버리라고 충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달라진 환경에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뒤바뀐 ‘갑과 을의 관계’를 적응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을 제법 들은 모양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언론사 선배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런 내색은 전혀 없었다. 아니 다른 CEO보다 그는 좀 더 정중하게 후배 기자를 대했다.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사업가로 변신하다
 
그는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로 한 때 이름을 날렸다. 14년 동안 줄곧 가요 전문기자로 활약하면서 가요판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정도였다. 지금 프리스톤의 최대주주인 예당엔터테인먼트 변대윤 사장과의 친분도 그 시절에 맺은 인연이었다.
"변 사장께서 고민을 털어놨어요. 온라인 게임업체를 인수하면 어떨까 하고요. 그 땐 프리스톤이라는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선뜻 인수하라고 조언했죠. 이미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한 물 간 상태였고, 예당으로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였죠."
결국 그 말은 부메랑이 돼 그를 프리스톤 대표 자리에 올려놓았다.
 
달라진 것들
 
기자와 사업가. 그가 말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리얼했다. 인사하는 각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한번 웃자고 하는 소리라고나 할까.
"고민할 게 많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에요. 기자 때는 하나만 걱정하면 되잖아요. 낙종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특종할까 하는 기사에 관한 고민 말이죠. 하지만 CEO가 되니까 신경써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에요. 개발이나 마케팅은 물론 인사, 재무 등 하나도 놓칠 수 없어요. CEO를 하겠다는 순간 엄청난 책임감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거죠."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달라진 조직문화였다. 군대 조직에 비교되는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몸담아온 그로서는 일사분란하게 돌아가지 않는 조직이 너무 갑갑했다.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응답을 해오면 무척 난감했어요. 신문사에서는 꿈도 못 꾸는 거 잖아요. 약간의 잡음이 있었죠. 업계에서는 경영진과 개발자들의 불화설까지 돌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직원들의 자세가 바뀌었고, 저도 직원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마 이젠 프리스톤만큼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게임업체도 없을 거에요."
 
전략을 세우다
 
그는 요즘 게임판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프리스톤의 대표작 ‘프리스톤 테일(이하 프테)’을 띄우기 위한 비법의 윤곽도 그려놓은 상태다.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마케팅이고, 하나는 개발입니다. 프테는 흥행한 온라인게임이지만 실적 만큼 대중들에게 너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게임 업그레이드가 매우 지지부진했습니다."
하지원으로 대변되는 ‘게임속 스타마케팅’을 처음 선보인 그는 여전히 ‘프테 알리기’에 고심하는 눈치였다. 신애, 루루 등 여러 명의 스타들을 게임 모델로 내세웠고, 아예 스타 한 명이 ‘프테’ 서버 하나를 책임(?)지는 모종의 프로젝트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미진했던 개발분야도 크게 달라진다.
"아마 다음달부터 매달 대규모 패치(게임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것입니다. 개발자도 밀린 숙제를 한다는 심정으로 아주 열성적입니다."
그는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까지 걱정했다.
"가요판이나 게임판이나 엔터테인먼트라는 큰 줄기에서는 비슷해요. 가요 한류열풍이 한순간에 사그라든 것은 중국 정부의 견제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이제 온라인게임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업계와 정부가 좀 더 심각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해요."
게임판에 투신한 지 6개월 남짓한 시간. 그는 매우 발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시 떠올렸다. 과연 기자 출신이 성공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그는 이제 기자보다는 게임업체 CEO라는 간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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