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꿈 위해 고단한 ‘연습생’으로 입문
이윤열, 최연성, 나도현 등 연습생 출신 스타 즐비
 
‘스타리그’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G세대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 한 게임단이 인터넷을 통해 연습생을 모집하겠다고 공지를 내자 무려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게임단측은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몰랐다"며 즐거운 비명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 1위가 프로게이머였다는 조사결과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프로게이머는 ‘선망과 꿈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아마츄어 게이머들이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등용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다. 온게임넷 챌린지리그나 MBC게임 마이너리그 진출권을 놓고 벌이는 아마츄어 예선전이 있기는 하지만 1∼2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더구나 날고 기는 프로게이머들과 경기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으로는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 프로게임단에 연습생으로 입문하면 이곳에서 실력을 익혀 언젠가는 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연습생을 지망하고 있다. 연습생이 되는 것만으로도 까마득히 멀었던 프로에의 길이 성큼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습생으로 입문하게 되면 감독의 관리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스타급 게이머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프로게이머들의 사관학교인 셈이다.
 
11개 구단에 40여명의 연습생이 하루종일 PC 앞에서 게임과 씨름
 
프로게임단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이머는 11개 구단에 총 40여명에 달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만 키운다면 언제라도 프로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행운아들이다.<표 참조>
이 가운데는 한빛스타즈의 조형근(21)과 KTF의 김민구(19), 투나SG의 김상우(18), POS의 브라이언(21), 헥사트론트림팀의 곽주훈(24) 등이 이런 저런 이유로 눈에 띈다. 특히 조형근은 몇년 전만해도 이윤열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유망주였다.학업 때문에 중도에 포기 했다가 최근 다시 한빛스타즈 연습생으로 입문, 연습실 내부 살림을 도맡다 시피 할 정도의 열성을 보이고 있다. 김민구(19)는 지난 가을 제주도에서 열린 경기에서 홍진호를 꺽었던 실력파라는 점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김상우는 학업과 게임을 함께 하면서도 실력이 부쩍 부쩍 늘어나 감독을 기대에 들뜨게 하고 있는 케이스다. 브라이언(21)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4개월전 미국에서 건너온 열성파이며 곽주훈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눈을 뜨고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컴퓨터하고 살아요. 그래도 힘들거나 어렵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좋아하는 게임만 하고 있는데다 여기서 열심히 하면 이름도 알리고 돈도 벌 수 있잖아요."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구단 연습실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지방에 사는 관계로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습시간에는 배틀넷을 통해서라도 꼭 함께 한다. 이들이 주로 연습하는 시간은 점심 이후부터 자정까지. 게임을 하다가 재미가 붙으면 새벽까지 계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내일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잠을 청한다.
연습은 자신의 몫이다. 연습생들끼리 경기를 하거나 배틀넷에서 상대를 찾는다. 또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배들이 경기에 나갈 때면 연습상대를 해주기도 한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거죠. 경기를 하고 나서 서로 토론을 하거나 리플레이를 보고 연구하는 방식이예요."
하루종일 연습실에서 지내다보니 숙식은 물론 청소와 설겆이 등 모든 일거리도 이들의 몫이다. 감독과 선배 게이머들은 이들이 연습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만을 만들어줄 따름이다. 이들에게는 월급도 없다.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통제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목표요? 일단은 다음달에 열리는 예선전을 통과해서 챌린지리그나 마이너리그에 진입하는 거죠. 본선까지 오르면 더욱 좋고요."
 
기존 선수의 추천이나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연습생 되는 경우 가장 많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스타가 된 프로게이머들도 많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괴물신인 최연성(4U)을 비롯해 나도현(한빛스타즈)와 변은종(Soul) 등이 모두 연습생 출신이다. 특히 최연성은 오랜기간 임요환의 연습상대를 해주며 실력을 키워 지난해 말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나도현과 변은종은 이번 시즌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나란히 3, 4위를 차지하며 스타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프로게이머인 이윤열(슈마SG)에게도 연습생 시절이 있었다. 그는 1년 동안 구미에서 서울까지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왕복하며 경기를 치르는 피곤함을 감수하며 연습생으로 활동했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박정석(KTF)이 가장 오래됐다. 박정석은 한빛스타즈에서 무려 2년 동안을 연습생 신분으로 있었다. 지금은 해설자로 변신한 김동수의 수제자였다. ‘공공의 적’으로 통하는 박경락(한빛스타즈)도 연습생으로 시작해 확실한 주전자리를 꾀 찬 케이스다.
프로게임단에 연습생으로 입문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독이나 기존 선수들의 눈에 띄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물론 그에 걸맞는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구단마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선발 방식이나 선발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기존 선수의 추천이나 주변사람들의 추천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 배틀넷에서의 성적도 많이 좌우한다.
가장 흔한 선발 방식은 기존 선수의 추천을 받거나 온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내 감독의 눈에 띄는 것. 대부분의 프로게임단은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테스트와 면접을 거치고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종 테스트를 받은 후 가능성이 보이면 연습생으로 발탁한다. 면접 때는 프로게이머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와 가정문제 등이 주로 고려된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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