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이해’ 등 교과과정 현장 노하우 체계화
 
"중앙일보 17일자 문화면에는 ‘실미도’가 서울에서만 관객이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연합뉴스에서는 한국영화 강세에 제3국 영화 관람객이 급감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연일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에 대한 밝은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6시30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추계예술대학 문화산업대학원 강의실은 배움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언론에 보도된 문화산업 기사를 요약 발표하는 여학생, 그리고 귀를 쫑긋 세운 학생들과 교수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게 빛났다.
추계예술대학 문화산업대학원은 2001년 설립됐다. 국내 최초의 문화산업대학원을 표방하면서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산업을 본격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게임 등 문화산업이 발전하면서 제작인력도 인력이지만 비즈니스 전문인력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경영인, 마케터, 사업기획자 등 각 분야에서 문화산업에 맞는 전문가들이 필요해진 것이지요.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이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입니다."
문화산업대학원 김휴종 원장은 "문화산업과 관련한 고급 비즈니스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학원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문화 전문 MBA를 양성하겠다는 것.
이 때문에 이 대학원 게임비즈니스 전공은 다른 게임교육기관에서 주로 다루는 프로그래밍, 그래픽, 게임기획 등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이 전혀 없다. 오히려 경제학, 경영학 등 일반 경영대학원에서 주로 다루는 교과과정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론수업은 결코 문화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M&A의 이해’ ‘엔터테인먼트 투자’ ‘문화산업관계법 이해’ ‘문화마케팅’ ‘게임비즈니스경영론’ 등. 대부분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교과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생생한 현장 경험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애널리스트, 게임 마케터 등 현장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이론수업이 자칫 책상물림으로 전락할 염려도 없습니다."
게임비즈니스 전공 2학기 과정을 밟고 있는 박종우씨는 "문화산업대학원 강의는 다소 실험적이지만 산지식을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1대1 토론 수업도 심심찮게 펼져진다.
"토론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문제를 되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손과 발만 있었지 머리가 없었구나 하는 아쉬움도 생기고요."
‘게임비즈니스 총론’ 강의를 맡은 신용식 전 한빛소프트 부장은 "현업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해결책이 나오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80여명의 학생 가운데 게임비즈니스 전공자는 10명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게임 교육하면 엔지니어 양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 영화나 음악 등에 비해 학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젠 게임 비즈니스에 필요한 마케터, 펀드매니저, 기획가, 프로듀서, 컨설턴트 등을 키워야 할 시점입니다. 벤처 특유의 주먹구구식 경영이나 엉성한 개발관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무대에서 영원한 마이너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밤 10시가 훌쩍 지나간 시간. 학생들과 함께 하교하는 김휴종 원장은 고급 인력양성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흰머리 젊은 오빠 '불타는 향학열'
 
추계예술대 문화산업대학원은 열린 공간이다. 다소 실험적인 학문을 연구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학생 연령이 20대에서 50대까지 천차만별인 것도 이 때문이다. 80여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입학했고, 절반은 직장인들로 채워져 있다.
딱딱한 비즈니스 수업 이외에 외국어 수업을 강조한 커리큘럼도 특이하다. 영어는 필수이고 일본어와 중국어 가운데 하나를 제2 외국어로 이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게임 등 문화산업 비즈니스는 해외시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휴종 원장은 "일본어와 중국어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학생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요즘은 학생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문화산업의 경우 머지 않아 일본이나 중국과 연계한 비즈니스가 한층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게임석사 1호 안명주씨­
 
오는 6월 국내 최초 게임 석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는 안명주(25)씨. 요즘 그녀는 석사 논문 준비에 한창이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게임이 좋아 내친 김에 ‘게임 MBA’ 과정까지 밟기로 했다.
"처음에는 게임이 좋아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마케팅에 더 재미를 붙이게 됐죠.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니 일석이조나 마찬가지죠."
‘프로게임단 마케팅 분석’을 석사 논문 주제로 잡은 그녀는 요즘 프로게임단 감독들과 만나는 날도 잦아졌다. 한 때 모바일게임업체 ‘컴투스’ 인턴사원으로도 활동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그녀의 꿈은 게임마케팅 전문가다.
"요즘은 좀 고민이에요. 프로게임단에 대한 연구는 예전부터 해왔는데, 최근에는 게임포털의 마케팅에 더 관심이 끌리거든요. 게임포털과 프로게임단을 접목하면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도 같아요."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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