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게임으로 단어공부 초등학교 교실 이색풍경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이 세계 1위라는 통계를 들먹이면 다들 놀란다. 하지만 한국이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게임중독이 사회문제가 되고 살인사건까지 있었다면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때로는 한국의 커뮤니티게임(미국 학자들은 대부분 MMORPG를 커뮤니티게임이라 부름)과 관련해 게임 자체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이를 연결시켜 물어보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미국에서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살펴보면 똑같은 기술도 문화적 차이에 인해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께닫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라인게임의 중독문제와 게임의 보상성을 문제로 삼고 있지만 이미 이곳의 초등학교는 이같은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주로 빌려오는 것은 책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하나씩 챙겨서 보내는 학습용 머티어리얼(material)도 있다. 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용 교재다. 한번은 아이들이 학교수업시간에 빙고게임으로 단어공부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으며 선생님이 머티어리얼을 빌려주었다며 매우 좋아했다.
잘하는 아이들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다. 게임을 빌려줄 뿐 아니라 예쁜 캐릭터나 장난감도 준다. 그날 이후 아이들이 집에서 틈만나면 빙고게임을 하자며 졸랐던 기억이 난다. 게임을 하면서 단어실력이 쑥쑥 크는 아이들. 게임에 중독되는 듯한 아이들이 결코 밉지 않았다.
한번은 학교의 테스트담당 교사인 그랜트 선생으로부터 아이들을 테스트 한다는 통보가 왔다. 과목은 영어와 수학. 그런데 크랜트 선생은 아이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해 의아했다. 왜 그랬을까. 그 테스트는 평소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며 1학년인 아이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그랬을 것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공식 표준 테스트라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날 저녁 식사하며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오늘 학교에서 뭐 특별한 거 없었니?” “아빠, 그랜트 선생님이 나만 따로 교실 밖으로 데려갔어.” 내가 다시 물었다. “응 그래서? 뭐하고 왔어?” 그런데 아이가 하는 말은 정말 의외였다. “아빠, 그랜트 선생님이 날 굉장히 좋아하나봐. 나만 데리고 나가서는 컴퓨터로 게임하라고 해서 게임하고 왔어” 아내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그냥 웃고 말았다. 그것이 테스트란 것을 이미 짐작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이들은 자기가 테스트를 받은 사실을 모른다.
그랜트 선생의 테스트는 인터넷 활용률 1위인 한국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교실은 이제 완벽한 IT 환경을 갖췄다. 교육정보화 부문은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자된 만큼 충분히 세계 1위권이다. 그러나 고사양 컴퓨터에 첨단 텔레비전에 각종 소프트웨어를 갖춘 한국의 멀티미디어교실이지만 이같은 사실이 교육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어바인 초등학교를 보면 어느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USC 방문교수(shryu@gameinfini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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