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는 네티즌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인터넷 실명로 네티즌 통제하려 시도
 
요즘 소설가 이문열씨를 TV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를 보면 왠지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 실명제법안이 연상된다. 그가 최근 발간한 산문집에서 그는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이 발효되면 많은 소송이 제기될 것이다.
이문열씨가 말한 ‘광장’은 플라톤의 4대 우상 가운데 시장의 우상, 즉 인간의 언어에 의해 기만 당하는 인간속성을 떠올리게 한다. 게시판과 같은 인터넷 광장은 이문열씨가 보기에는 또 다른 우상 창조의 공간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타락한 광장’인가. 정말 인터넷은 타락한 곳인가. 그래서 통제와 제재가 가해져야 하는 곳인가.
지난 2001년 인터넷 게시판은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 사건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인터넷에 기반한 연합회, 즉 네티즌 연합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발단은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약소국 국민의 울분이 쌓인 탓도 있지만 네티즌의 높은 정치의식과 단결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온라인게임업체를 경영하던 필자로서는 네티즌이 만들어 낼 미래 여론 파워를 예측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 당시 만들어지고 있던 네티즌연합회 창단을 위한 어느 정모에 직접 참석해 보기로 했다. 한번도 정모에 참석해 본적이 없던 터라 재미 있을 것도 같고 어떤 사람들이 참석할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네티즌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피지기의 목적이 우선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 40명 정도 모였는데 어리게는 중학생부터 많게는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필자가 그 중 나이가 제일 많았다. 자세한 개인 신상은 밝히지 않았지만 어찌하다 보니 본인이 그 자리에서 부회장을 맡게 되었다.
물론 협회의 활동에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응집되는 네티즌들의 특성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 얼마 후 40대 중반의 지도자 층이 모인 자리에서 위의 경험을 얘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그 당시 네티즌이나 인터넷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인터넷이 사회의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는 40∼50대 세대는 386세대가 급진적이라고 한다. 또한 네티즌을 불안한 눈으로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같이 개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보수세대의 위기의식은 더 고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조건 거부하고 부인한다고 해서 진정한 보수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산업 안에서는 필요에 의해 이미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사용자와 제공자가 쌍방의 동의하에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이 불필요한 부분에도 억지로 적용돼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더구나 실명제가 네티즌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다음 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 세대의 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이젠 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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