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좋아 잘 나가던 홍대 미대도 중도에 포기
‘삼국지 무한대전’으로 휴대폰 ‘마니아게임’ 시대 열어
 
휴대폰 게임을 온라인게임과 같은 ‘마니아 게임’으로 한차원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삼국지 무한대전.’
이 게임은 누적 다운로드 32만건, SK텔레콤 인기 게임순위 6주 연속 1위 등의 대기록을 쏟아내며 휴대폰 게임이 더 이상 단순한 시간 때우기용이 아님을 입증했다. 다음,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무한대전 커뮤니티’가 개설됐고 다음카페의 ‘모바일게임커뮤니티’에는 회원수 3000명의 소모임까지 결성됐다.
 
별난 게임 별난 개발자
 
유별난 게임은 유별난 개발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무한대전’을 기획한 손대석 팀장(27)은 이른바 ‘괴짜’다. 남들은 못가서 안달하는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놓고 채 한학기도 다니지 않고 때려 쳤다. 게임은 누구보다 잘 만들 자신이 있는데 그림은 자기보다 더 잘 그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란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복학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림은 자신한테 취미생활 정도에 불과한 데 이를 위해 3년이란 긴 시간을 낭비하며 학교를 다닐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 팀장 역시 여느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듯이 게임 마니아다.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오락실을 들락거렸고 중학교때부터는 PC 게임에 몰두했다. 오락실에서 몇시간씩 게임을 하다 가방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어머니한테 혼나기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간부방에 있던 노트북PC로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대대장에게 들켜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이 무한대전을 잉태한 셈이다.
손 팀장은 대학을 그만둔 후 친구들과 횡스크롤방식의 아케이드 액션게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의 생각처럼 그리 녹녹치만은 않아 기획단계에서 그만두고 말았다. 그는 그 과정에서 방배동에 있는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 해봤고 영업도 뛰어보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모바일게임의 묘한 매력
 
손 팀장은 안정적으로 게임 만드는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던 중 지난 2001년에 엔텔리젼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손 팀장이 엔텔리젼트를 택한 것은 모바일 게임에 특별히 매력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모바일 게임 개발은 용량과 속도와의 싸움이다. 개발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휴대폰 게임 용량으로는 PC게임의 캐릭터 머리 하나 만드는 것도 벅찬데 그 적은 용량만으로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고 음악도 집어 넣어야 한다.
손 팀장은 오히려 이같은 점 때문에 휴대폰 게임 개발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개척 분야라고 해석한다. 또 용량과 인터페이스 등 휴대폰의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시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기대한다.
특히 손 팀장은 휴대폰 게임은 언제든지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인데 비싼 비용 때문에 네트워크 게임이 다운로드 게임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사실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의 팀은 ‘무한대전’을 기획하면서 ‘기존에 호평을 받은 영웅전 시리즈 전투 엔진을 살리고 여기에 네트워크 요소를 결합시킨다’는 컨셉트를 잡았다. 이들은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요금 부담 없이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상시접속이 아니고 필요할 때만 접속하는 ‘하프 네트워크’ 방식을 도입하는 묘안을 만들어냈다.
 
대리만족이 가장 큰 덕목
 
손 팀장이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치는 덕목은 ‘대리 만족’이다. 게이머가 마치 게임 안에 들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단다.
기획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문서로 정리해야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가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는 가급적 기획서는 간단하게 쓴다. 즉 ‘몇cm의 빨간색 사각형을 어떻게 어디에다 그려라’가 아니라 그냥 ‘빨간색 사각형’이라는 식이다.
그가 기획서를 간단히 쓰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길게 쓰면 귀찮기 때문. 또 짧게 써야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획자가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에 대해 전문가보다 더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 팀장은 게임을 직접 만들게 되면서 게임을 하면 이전 만큼의 재미를 못 느낀다고 한다. 어느 게임이든 ‘뭔가 배울 것이 업나’하고 벤치마킹을 하는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 팀장의 소망은 지금까지 치고 받고 때리는 게임만 만들어 왔는데 이제는 ‘평화롭고 심심한 게임’을 만드는 것.
그는 앞으로는 휴대폰 게임도 단말기의 성능이 좋아지고 사용자도 늘아남에 따라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PC나 플레이스테이션2(PS2)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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