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시장은 건재하다
 
“아케이드 시장의 침체니 죽었느니 하는 말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이미지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과도한 규제와 현실에 맞지 않는 심의 때문에 주춤해 있을 따름입니다.”
F2시스템 박성규 사장을 찾았을 때 사내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서 갑자기 스크린 경마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F2시스템에 업계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전화벨이 울리고 빠른 톤으로 대화가 이어지며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사이 어느새 F2시스템 사장실은 아케이드 업계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해내는 창구로 변해 있었다.
“정부 ·기관이 아케이드 업계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주어야 합니다. 과거 오락실 문화의 어두운 부분을 자꾸 들춰내며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면 발전이 없습니다. 업계가 필요로 하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심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해야 합니다." 시장 재건을 목표로 박 사장이 발벗고 나섰다는 사실은 이미 아케이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 침체와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다시금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중이다.
 
규제풀리면 온라인 게임 이상간다
 
96년 설립된 F2시스템은 초기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쓴맛도 보았지만 2000년 8억원의 매출을 발판으로 2001년에는 40억, 지난해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목표는 1000억원 돌파다. 소속된 시장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홀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F2시스템의 성장 배경에는 일본산 수입기기가 장악한 아케이드 게임기 시장을 다수 국산화했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기술로 경마게임기 개발에 성공, 일본산에 의존해 온 시장 구조를 변화시켰고 특히 애프터서비스 등에 어려움을 겪던 게임장 업주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규제만 조금 풀리면 온라인 이상으로 클 수 있는 업종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라고 박 사장은 주저없이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현재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전체 게임 시장과 환경의 변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한 업계 스스로의 문제를 우선 지적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게임문화 확산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하나는 뒤늦게 나마 시장 활성화 및 건전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와 업계의 발목을 계속해서 잡는 정부 규제다. “업계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우선입니다. 한탕주의가 아닌,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모두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상금 상한선 500원은 말도 안돼
 
이와관련 아케이드 업계는 현재 온라인 접목을 위해 다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의 온라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사장은 “아케이드 게임의 회생은 아케이드 온라인 게임 개발을 통해 빼앗긴 청소년 유저를 다시 찾거나 아니면 이미 굳어진 성인 유저층을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 않다. 박 사장은 “만약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고스톱을 아케이드 게임에 적용해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게임기 1대 마다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며 "성인 유저층 공략 역시 현재 불법 도박판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현실을 무시한 심의와 단속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불거지고 말이 빨라졌다. 그는 “500원을 넣고 베팅 게임을 해서 5만원을 따든 50만원을 따든 5000원까지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지워버리도록 돼 있는데 누가 게임을 하려 하겠느냐”며 비현실적 규제가 게임장 업주는 물론 게이머까지 가세해 편법, 불법을 저지르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장 아무곳에나 들어가서 적발 하려고 맘만 먹으면 다 걸려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부산 등지에서 불거져나오는 불법 도박 게임장에 대한 보도 및 이의 단속 얘기에서 그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게임장 업주는 영세 상인입니다. 불법 도박장을 대규모로 여러 개 운영하는 기업형 업자, 즉 게임장 전체 수에서는 일부에 불과한 이들 때문에 다수의 생계형 소형 게임장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10여개 기업형 도박 게임장을 단속한다면서 2만개 영업장을 울리고 있다는 얘기다.
 
건전한 놀이문화로 평가 돼야
 
아케이드 게임의 활성화를 위해 박 사장의 실천은 하나씩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게임기 부품 규격 통일화를 이뤄 공동 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몇몇 젊은 사장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 게임장이 건전한 놀이문화로 평가돼야 한다는 점을 외부에 알려나가고 있다. 박 사장 자신은 아케이드 게임 개발자 양성을 위해 매주 강단에 선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박 사장은 이번 아케이드 부흥 로드맵에 대해 “자발적인 의지로 뛴다기 보다 젊음이 있고 또 회사를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인지 여러 선후배들이 나서 줄 것을 바랬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로 시작해 게임 업계에서 20년 넘게 한우물을 팠기에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점도 그를 아케이드 업계 부흥에 앞장서게 만들었다. 그를 업계를 대표하는 새로운 인물로 꼽는데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한 때 만화나 만화 가게가 백해무익한 것으로 평가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애니메이션 산업이 거대 문화산업으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게임이 산업축에도 끼지 못한 때가 엊그제입니다. 게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과거 장기와 바둑의 자리를 지금은 ‘스타크래프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케이드 게임은 아직도 건재하다. 박 사장이 바로 아케이드 게임계의 살아있는 세포로 열심히 분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88년 미키 소프트 게임개발 프로그래머
93년 옥산전자 게임개발 프로그래머
98년 에프투시스템 창립 현 대표이사
99년 한국게임개발협회 부회장
2000년 한국게임개발협회 이사
2001년 호서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겸임교수
 
임동식 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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