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속셈' 알 수 없어 업체들 고민
 
‘약(藥)일 수도, 독(毒)일 수도 있다.’
‘약(藥)일 수도, 독(毒)일 수도 있다.’ 모바일게임 ‘공룡’ SK텔레콤이 매출기여도와 로열티에 따라 34개 콘텐츠공급업체(CP)를 ‘비지니스 파트너’(BP)로 선정한 이후 CP들이 고민에 빠졌다. SK의 의도가 무엇인 지, 향후 SK 비지니스 전개에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BP 제외 업체들도 마찬가지. 성공의 관건인 ‘네이트(Nate) 보드’(SK 네이트 게임코너)로의 진입이 원천 봉쇄된 것인 지, 아니면 SK측의 얘기대로 ‘잘 만하면 나중에 추가될 수 있는 것인 지’ ‘오리무중’이다.
 
족쇄인가, 면죄부인가
 
‘칼자루’를 쥔 SK는 1, 2차 BP 선정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BP들과의 모임에서도 원론적인 입장만을 발표한 채 1시간만에 상황이 종료됐다는 후문. 그러나 당사자인 34개 BP들은 BP 선정 배경에 대한 분명한 의도를 알고 싶어한다. SK의 의도에 따라 영세한 BP들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다. 득과 실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모바일 CP들에겐 범접하기 어려운 산, 즉 ‘슈퍼갑’으로 불리는 SK의 갑작스런 정책변경에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해당 BP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장규모가 이제 1000억원 남짓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무려 400여개의 CP들이 난립된 상황에 일종의 우선 구매 형식의 BP제도를 도입할 경우 CP간 과당경쟁을 다소 방지할 수 있다는 것. ‘네이트 보드’ 진입 리스크를 해소하고 진입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것도 위안거리. 한 BP선정기업 사장은 "흥행성이나 인기도, 혹은 게임의 완성도와 같은 게임 자체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외압(?)에 의한 특정 콘텐츠 밀어주기와 같은 폐단을 줄여 줌으로써 공정 경쟁체제 구축에도 어느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SK 시장 내에선 BP가 이로울 지 모르나 KTF나 LG텔레콤 등 다른 이통사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경쟁사(SK)의 전략적 파트너에게 ‘호감’을 갖고 서비스 문호를 개방할 이통사가 과연 어디있겠냐는 것. 물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경제학원론적 논리상 당분간은 설령 SK의 BP라고 해서 KTF나 LGT를 통한 서비스가 전면 차단되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SK의 BP 자격으로 범 이통사 통합 서비스 전개엔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타겟은 누구??
 
SK는 현재 34개의 모바일게임 BP를 선정해 놓고도 향후 정책 방향이나 비지니스 협력 시스템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렇다면 SK가 BP제도를 도입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는 BP제도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최대 경쟁사인 KTF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한다. LGT와의 연합전선을 구축, 협공을 가하고 있는 KTF에 맞서 모바일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아성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핵심 CP들의 이탈을 막아야하며, 그 대안이 BP라는 것이다.
최근 CP들의 통합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상황에 메이저급 CP를 BP란 이름으로 묶어 로열티를 높임으로써 후발업체인 KTF와 LGT와의 콘텐츠의 차별성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KTF는 올해 CP 매출의 정산 시점을 앞당기는 등 CP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SK따라잡기를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아군’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최근 ‘네이트’(SK)에서 성공한 게임은 ‘메직엔’(KTF)과 ‘이지아이’(LGT)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K CP들의 KTF 및 LGT 서비스가 일반화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표준형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의 적용이 전 이통사로 확산된다면 별도 컨버젼없이도 이통사를 넘나드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시대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SK에서 서비스하는 게임(SKVM, GVM)은 ‘브루’(KTF)나 ‘자바(LGT)버전으로 바꾸어야 한다.
 
문은 열려있나
 
SK의 BP제도가 독이든 약이든 관계없이 지금도 수 많은 중소 모바일 CP들은 SK의 높은 문을 두드린다.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모바일게임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져가고 있지만, SK 네이트의 게임창에 뜨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성공을 담보하기 때문. 만약 초기 화면에라도 올라가는 날이면 그야말로 무명에서 스타게임으로 발돋움, ‘대박’도 가능하다. 그래서 34개 BP에 포함되지 않은 모바일게임 개발업체들은 BP제도로 SK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몹시 우려한다.
더구나, 이번 BP선정 기준이 단순히 ‘매출’이었다면 후발 CP들의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물론 SK측은 BP는 34개로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추가로 일정 기준에 적합한 CP를 BP로 포함시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반대로 현 BP 중에서도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가 나오면 탈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발 CP들이 이같은 장벽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CP들 누구나 공평한 조건에서 경쟁, BP가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P제도가 SK는 물론 국내 모바일게임업계에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 순전히 SK의 운용의 묘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중배 기자(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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