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를 열다
 
# 3D 온라인게임시대

2002년 한일월드컵 열기는 온라인게임 열풍도 잠재울 듯했다. ‘리니지’ ‘한게임’ ‘포트리스’ 등 각 분야 게임들의 아성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01년 ‘3D 그래픽’이라는 새로운 테마를 들고 나온 ‘뮤’ ‘라그하임’ 등 신흥강호의 돌풍은 게이머들의 안목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었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그래픽도 PC게임에 버금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웹젠의 ‘뮤’는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리니지 아성’을 위협할 기세였다. 2001년 연말에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뒤 5개월만에 동시접속자가 2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젠 창업주 이수영 사장의 회고는 무척 담담하다. "개발기간만 지켜진다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죠. 온라인게임의 특성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완벽한 학습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3D 온라인게임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만으로도 우리는 5년 이후의 웹젠의 모습까지 그려 놓은 상태였습니다."

10개월간 베타서비스를 마친 뒤 유료화를 단행한 ‘뮤’의 첫 달 수입은 30억 여원에 달했다. 3년간 투자한 개발비를 한달만에 회수하며 바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웹젠은 ‘뮤’ 베타서비스 16개월 만에 코스닥 입성이라는 빛나는 ‘전과’를 세우며 ‘제2의 게임 엑소더스’를 불러왔다.

‘라그하임’ ‘라그나로크’ 등 3D 그래픽을 표방한 게임들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온라인게임은 본격적인 3D시대를 맞게 됐다.


# 새로운 역사들

3D 온라인게임시대가 열린 2002년은 ‘국산 온라인게임의 수출 원년’이기도 하다. 2000년 후반부터 ‘리니지’ ‘레드문’ 등 몇몇 게임이 대만과 중국에서 서비스됐지만 2002년에 이르러 해외 진출은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오픈 된 온라인게임은 몇 개월만 지나면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론칭될 정도로 바이어들의 표적이 됐다.

2002년 10대 문화산업 수출순위에서 게임이 인쇄와 애니메이션 등 전통적인 수출효자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국내용’이 아닌 ‘세계무대’를 겨냥해야 한다는 게임업체들의 각성도 시작됐다. 2003년 또 하나의 신화를 작성한 ‘리니지2’를 시작으로 ‘아크로드’ ‘RF온라인’ 등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는 블록버스터 개발이 활기를 띤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온라인게임 1세대 장인경 사장의 고백을 들어보자. 그녀의 고백은 새로운 역사를 예비할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돌이켜보면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은 IMF에 급격히 늘어난 PC방을 통해 급팽창했습니다. 10년간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 보니 선점에 의해서 돈을 번 회사나 그렇지 않은 회사나 심각한 성장통(rapid growing pain)을 앓을 수밖에요. 아주 불안정한 구조가 지속 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국지전이나 작은 전투에서 이기고 세계대전에서 진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이젠 숨을 고를 때입니다. 국가전략, 산업전략, 기업전략을 총체적으로 다시 짜지 않으면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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