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엔씨소프트 등 20여개사 이달 말 새협회 설립
 
게임 협단체를 아우르는 대표 기구 설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NHN, 엔씨소프트, 웹젠, 플레너스, 네오위즈 등 20여개 주요 게임업체는 최근 범업계 차원의 단체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새로운 협회를 설립키로 했다.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 분산된 업계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 협회 탄생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모두 고운 것만은 아니다. 10을 1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11로 만드는 누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합논의가 주요업체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영세업체들의 소외감도 깊어지고 있다. 이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창출하기 보다는 게임업계 내부의 해묵은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문화관광부가 파악하고 있는 게임 관련 협회와 단체수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제작협회, 한국게임산업연합회, 한국게임협회, 한국게임벤처모임 등 줄잡아 약 30여개. 단순 친목수준에 불과한 단체까지도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유명무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 게임 선진국의 협회와 단체 수보다 배 이상 많다는 점에서 한국이 게임 선진국이 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힘이 조각조각 분산된 반면 업계의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게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게임 문화의 도덕성과 건전성을 알려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 대만 등 해외 게임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넓은 시장과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조만간 국내 게임산업을 송두째 삼켜버릴 태세다.
이때문에 협단체 통합에 대한 게임 산업 내외부의 요구는 어느때 보다 충만해 있다. 정부에서도 의견을 조율할 일원화된 창구를 원하고 있다.
조이온의 조성용 사장은 "업체들도 게임이 당당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범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이번에 뭉치지 못한다면 게임산업도 더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어느때 보다 절박하다"고 말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협회 추진단은 오는 17일 주요 사장단 회의를 갖고 협회의 공식 명칭과 사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초대 협회장으로는 NHN의 김범수 사장이 추대될 예정이며 막바지 조율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24일께 단체가 출범할 전망이다.
새 협회의 명칭으로는 게임산업발전협회, 대한게임협회, 한국게임협의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상근부회장 중심의 사무국을 설치할 예정이다.
협회는 우선 게임이 산업으로 정당히 대접받기 위해 게임의 건전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게임수출 촉진과 게임 인재 육성 방안 등을 마련해 해외 업체들의 역공에 맞설 역량을 배양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진흥위원회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김사장은 "협회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활동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라며 "거창한 사업계획 보다는 건전문화 캠페인부터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럿을 뭉친 하나여야 한다
 
새로 출범할 협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새로운 리더십 창출 △게임업계의 해묵은 갈등구조 해소 △게임 건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3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주요 게임업체 20여개사가 모인 새 협회의 위상은 고무적이다. 기존 단체 중 게임산업연합회,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 인터넷게임협회, 게임제작협회 등이 연합키로 한 점도 주목된다. 하지만 PC나 온라인, 모바일 게임단체 중 성격이 유사한 한국게임벤처, 모바일게임협회 등과는 통합에 대한 아무런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말만 통합이지 자칫 또 다른 단체를 만드는 누를 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내부의 해묵은 갈등 구조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갈 길이 더욱 멀다. 일단 새 협회 설립과정이 철저히 매출 선두업체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영세 게임개발사들의 소외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대형 퍼블리셔와 소형 개발사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빈번했다.
한 관계자는 "배급사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 게임사에 대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 설립의 명분은 거창한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이권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지 않는 이상 기존 협회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새 협회가 선두업체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자칫 선후발 업체간 오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적한 과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 없는 만큼 단계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임산업연의 최승훈 사무국장은 "새협회가 풀어야 할 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발전을 위해 내부에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협회 설립 이전에라도 유관단체 간 의견을 모으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힘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taehun@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