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성이 한수 위야 ..."
서지훈이 훨씬 멋져요
 
게임 때문에 부녀관계는 더욱 돈돈해졌다. 게임을 놓고 나누는 아빠와 딸의 대화에는 항상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난다. 함께 게임을 즐겨서가 아니다. 게임을 게임답게 이용하는 어린 딸의 어른스러움과 게임에 관한한 딸의 눈높이에 맞춘 아빠의 행동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이용시간 조절하는 딸, 대견스러워

“기림아! 어제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누가 이겼게?” 아빠 유재호 씨(42)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슴없이 딸에게 묻는다.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어제 본 스타리그 내용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어서다. 게임에 관한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녀간 대화는 시작된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와 프로게이머 얘기는 아빠와 딸의 공동 관심사이자 게임 중 최대 관심사다.
아빠는 딸이 대견하다. 어찌 그리 아빠 마음을 잘 아는지, 원하는 만큼만 적당히 게임을 좋아하고 즐긴다. 아들놈(?) 하고는 정 반대다. 사실 유재호 씨는 아들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사는 곳(충북 음성)에 놀이 문화가 부족하다보니 어려서부터 게임CD를 많이 사줬는데 어느 땐가 보니 아들이 게임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한 때 밤새워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고는 아차 싶더라구요. 딸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죠. 하지만 게임을 싫어하진 않는데 용케 이용 시간을 잘 조절해가며 하더군요.”
최근 아빠와 딸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리그 중계를 함께 본다. 아빠는 전투 전술에, 딸은 스타 프로게이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빠 유재호씨는 가족의 게임문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게임은 놀이입니다. 정신적으로 빠져들지 않고 잘 이용하면 외진 이곳에서는 이만한 놀이 문화가 없습니다.”
 
눈이 아파 오래 못해요
 
“게임을 방해하는 건 오빠 뿐이예요. 재밌게 하고 있는데 중간에 컴퓨터를 뺏으려고 해요.” 아빠와 프로게이머 얘기를 나누며 마냥 즐거워하던 딸 유기림 양(12)의 얼굴에 약간 못마땅한 듯한 표정이 나온 것은 오빠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였다. 아빠, 심지어 엄마까지도 제재하지 않는 자신의 게임 이용에 훼방을 놓는 유일한 존재는 오빠였다.
기림이의 PC이용 시간은 거의 제한이 없다. 반면 오빠는 하루 한시간이다. 아빠가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딴 곳에 있었다. “1시간 넘게 하면 눈이 아파서 더 이상 못 하겠는걸요.” 하지만 아빠의 믿음만큼 생각이 깊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재미있기는 하지만 오래하고 많이 하면 저한테 안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기림이가 느끼는 가장 큰 재미는 저녁을 먹고 아빠와 함께 스타크 리그전을 보는 것이다. 1년 전, 아이들을 PC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신청한 게임방송 관전이 가족, 아니 부녀간의 일상사가 됐다. 아빠는 최연성 팬이고 기림이는 잘 생긴 서지훈을 좋아한단다. 스타크 결승전이 열릴 때면 서울로 올라가 구경하고 싶지만 나이가 안받쳐준다. 가장 아쉬운 점이다.
 
왕따는 엄마
 
“나도 보글보글 좋아해!” 일 때문에 바빠 못하지만 엄마 신화숙씨도 한 때는 게임을 좋아했다. 지금은 게임에 관한한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지만 게임 매니아가 된 남편과 딸의 관리 감독자이자 사감 역할을 겸하고 있다.
게임 때문에 가족 분위기가 좋아진 것에 만족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로서, 또 부인으로서 늘 걱정이다. 늦게까지 게임리그를 시청하는 남편도 그렇고 한 때 게임에 빠졌던 아들도 그렇다. 걱정이 덜한 딸 기림이의 앞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신씨 생각이다. 게임에 빠져 불안하게 했던 아들을 생각하며 가끔씩 남편에게 핀잔을 준다. “어릴 때부터 게임CD 사다주며 불을 지폈으니 당신이 불을 꺼야한다”고.
부녀에 오빠까지 더해 게임방송을 보면서 히히덕거릴 때 신씨는 내일 일을 생각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남들은 몰라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불안한 것이 사실이예요. 저렇게 늦게까지 TV보다 학업과 생업에 지장을 주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임동식 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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